그동안 완강하게 핵시설사찰을 거부해온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핵안전보장협정에 관한 교섭을 마무리지은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이 문제는 북한의 핵무장 여부와 관련되는 것으로 그동안 국제적으로 심각한 논쟁거리가 돼 왔다. 따라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와 실무적인 교섭을 마무리지었다는 것은 얼핏보기에 동북아의 긴장완화를 위해 한걸음 전진한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사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측과 협상을 마무리지은 것은 최근 동유럽에 이어,동북아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탈냉전의 흐름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소 수교에 이어,북한 자신이 일본과의 수교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의 변화가 핵안전보장협정 교섭을 마무리짓게 한 배경일 것이다.
우선 북한은 이제 핵확산금지조약을 존중하고 『핵무장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소리높여 주장하려 할 것이다. 핵무장 의도에 대해 일체 밝히기를 거절해온 북한의 태도에 비추어 이것만으로도 한걸음 진전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9월초 평양에서 열린 소련과 북한의 외무장관회담에서 북한은 소련이 한국과 수교한다면 『핵무기를 개발하게 될 것』임을 거의 분명하게 경고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안전협정 교섭을 마무리지은 것은 북한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 미국과 함께 반대해온 소련의 강력한 압력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브릭스 IAEA 사무국장이 밝힌 것처럼 북한은 아직도 「주한미군의 핵무기 포기」 조건을 고집하고 있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해서 북한의 실무협상 마무리가 선전 이상의 실질적 의미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미국은 그동안 미ㆍ북한 관계의 전제로 북한이 먼저 핵안전보장협정에 조인해야 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러한 원칙은 북한이 서두르고 있는 일본과 북한의 수교협상 과정에서 일본도 불가피하게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더이상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으려면,그리고 일본과의 수교를 실현하려 한다면 핵안전보장협정에 불가불 도장을 찍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그들의 「핵시설사찰」과 「주한미군의 핵무기」를 맞바꾸자는 종전의 입장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할지는 불확실하다.
그러한 선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탈냉전의 흐름과 그에 따른 미ㆍ소의 한반도정책이 어느 정도 맞물려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일이다. 아직은 소수의견이지만 지난 9월 미국 하원의 솔라즈 아시아ㆍ태평양소위 위원장은 북한의 핵안전협정 조인을 전제로 「한반도의 비핵화」 가능성에 언급했었다.
북한의 핵안전협정 실무교섭 마무리가 단순한 평화공세로 끝날 것인지,또는 새로운 국제적 균형을 찾는 실마리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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