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해결은 불가” 소ㆍ불 설득/아랍 각국독려 결전 정지작업미국은 끝내 무력을 행사할 것인가. 한다면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세계는 이에 대한 징후를 찾아보려고 부시 행정부의 언행에 촉각을 돋우고 있다. 세계의 관심이 이처럼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부시 행정부의 수뇌들이 앞으로 3주일 동안 중동현장과 유럽을 순방한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16일부터 23일까지 1주일동안 체코슬로바키아 독일 프랑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 파리에서는 19,20 양일간 열리는 34개국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에 참석한다.
이집트와 사우디에서는 각각 무바라크 대통령,파드왕 및 알사바 쿠웨이트 수장과 회담,페르시아만 사태를 협의한다. 특히 사우디에서는 22일의 추수감사절을 사막에서 파병된 미군들과 보낸다.
부시 대통령의 유럽ㆍ중동방문에 앞서 제임스ㆍ베이커 국무장관이 3일 소련 이집트 사우디 바레인 터키 프랑스 영국 등 7개국을 순방하기 위해 떠났다.
베이커 국무장관은 모스크바에서는 고르바초프 대통령 및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과,카이로에서는 전기침 중국 외교부장과도 회담할 계획이다.
부시 대통령과 베이커 국무의 유럽ㆍ중동순방은 화ㆍ전 어느 쪽이든간에 페만사태에 대한 종국적인 타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유의할만하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0월30일 이후 연일 펴고 있는 중간선거의 공화당후보 지원유세에서 『이라크는 쿠웨이트에서 무조건 즉각 철수해야 하며 이라크의 요구는 추후 복귀한 쿠웨이트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고 미국의 입장을 재삼 천명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 순방에서 대 이라크 연합전선의 결속을 다질 것이다. 연합전선은 이해관계로 균열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라크의 사담ㆍ후세인 대통령은 소련의 프리마코프를 비롯,여러 경로를 통해 『논란의 대상이 돼왔던 루마일라 유전과 육지로 둘러싸인 이라크에 페만에의 접근로가 되는 와르바,부비얀 등 두 도서를 준다면 철군하겠다』는 의사를 비공개로 타진해 왔다.
반이라크 연합국가들 가운데 소련과 프랑스 등은 후세인의 이러한 제의에 호의적인 시사를 보내고 있다. 심지어 사우디 실력자의 하나인 국방장관 술탄 왕자는 이라크에 대해 영토할애등 유화적인 화해를 시사한 뒤 이를 번복,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미국과의 구원을 청산한 듯한 시리아도 약속했던 기갑사단의 파병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의 보상으로 「부분해결」(조건부 해결)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연합전선의 결속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다. 연합국간에 「부분해결」 수용론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유엔결의안이 명시한 「즉각적인 무조건 철수」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대결이 미국대 이라크가 아닌 세계대 후세인의 대결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이집트 시리아 등 아랍국들의 파병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사우디로서도 만족스러운 조처다.
부시 행정부는 이집트 시리아뿐 아니라 터키 요르단 방글라데시 등 주변 피해국들의 적극적인 동참의 대가로 경제손실에 대한 보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우디 쿠웨이트 독일 일본 한국 등으로부터 지원금액과 물품에 대한 구두공약만 받아놓고 아직 실행단계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베이커 장관은 이번 순방에서 이 문제를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또한 후세인이 계속 쿠웨이트 철수를 거부하는 경우 힘을 행사하는 최종수단에 대해 연합국과 협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연합국간에는 경제봉쇄를 어느 때까지 하고 그때가서 효력이 없으면 무력행사를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없다. 현재 필요하다면 무력행사를 해야 한다는 강경파는 미국 영국 그리고 사우디,망명 쿠웨이트 정부 뿐이다. 소련과 프랑스측은 무력행사를 배제하고 있다. 특히 소련은 부득이한 경우 유엔군을 통해 무력개입할 것을 주장해온 터다.
미국은 소련측의 주장을 존중하는 제스처로 지난 10월 소련측이 요구한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군사위원회 회의소집에 동의했고 참석했다. 구체적인 협의사항은 없었으나 유엔창설 후 처음으로 이 회의가 소집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미국은 힘을 사용하는 경우 소련과의 「새로운 질서유지」를 위해서도 그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부시 대통령은 경제적 제재의 효력발생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상을 언제까지나 지속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나 베이커 장관이 어떻게 소련을 설득시킬는지 관심거리다.
미국에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내」를 요구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페만파병의 기본목적이 무엇인가라는 회의가 일기 시작하고 있다. 유류공급의 안정확보라는 초기의 행정부 명분은 지지를 크게 얻지 못하고 있다. 미소 협력에 의한 「새로운 세계질서」에의 위협이라는 주장도 선뜻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민은 힘의 행사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인명피해 감축을 위해 소련이 요구하는 유엔군 방식을 선호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워싱턴=이재승특파원>워싱턴=이재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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