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골프장인가 도박장인가(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골프장인가 도박장인가(사설)

입력
1990.11.04 00:00
0 0

골프장은 도박장인가,아니면 운동인가,사교장인가. 쑥스러운 의문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다. 도박장이 아니다. 골프는 건전한 스포츠이며 신사의 운동으로 꼽힌다. 이것을 삐뚜러지게 잘못 이용하는 게 탈이다.골프가 일반대중의 눈총을 받거나 공연한 말썽을 일으키는 일은 아마 우리나라 이외에선 별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원인과 책임을 굳이 따진다면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일단 있다고 본다.

먼저 내기 골프가 일반화돼 있는 현상이 부끄러운 일이다. 각 골프장엔 도처에 내기골프를 금한다는 주의문이 꽂혀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는다. 저녁내기나 술내기 정도의 내기골프는 차차 고치게끔 유도한다고 치자. 그러나 제과점 대표 같은 유한부유층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거액의 내기를 하다가 적발된 것은 정말 상식 밖의 일이다.

말이 내기이지 대규모 도박단이나 다름없다. 판돈이 2억원대,한판에 몇천만 원이 장난처럼 오고갔다는 것이다.

순수 스포츠로서의 골프가 일반대중에게 거부감과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까닭은 바로 이따위 변태적 악용이 성행하는 탓이다. 물쓰듯 돈을 쓰는 것을 호기로 착각하며,때도 가리지 않고 여유만만한 듯 골프장을 드나든다면 누구라도 곱게 보아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비참한 수해현장을 뻔히 보고 골프채를 휘두른 오만에 대해선 지금도 분함을 삭이기 어렵다.

도박풍조가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번져만 가고 있다. 고스톱 천하에 판이 벌어지면 내기도박이다. 도박과 마약은 폭력보다 더 지독한 범죄이다. 번지는 속도도 빠르며 일단 퍼지만 사회의 근본을 갉아 먹고 병들게 한다. 내기골프쯤이야 하고 가볍게 넘긴다면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도박풍조는 싹부터 단호하게 잘라나가야 한다.

골프도박의 또다른 해악은 틈과 여유가 있으면 놀고 먹어도 좋다는 그릇된 인식을 자칫 확산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회사의 대표가 팔자 좋다는 듯 내기나 하고 있는 사이,근로의욕이 점점 기울어질 것은 자명하기만 하다.

서민층이 골프장을 색안경을 끼고 봄은 일부의 몰지각한 행태 때문임을 거듭 밝혀 두고자 한다. 멀쩡한 스포츠를 호사와 도박판으로 탈바꿈시키는 무절제와 탈선은 골프인 스스로가 나서서 추방해야 할 것이다. 특히 특권의식을 과시하는 듯한 그릇된 인상은 자제되어 마땅할 줄 안다.

골프장이 특수층의 독점물이 아님은 너무나 당연하다.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일 뿐 백안시할 필요도 없다. 다만 순수한 스포츠의 본질을 지킬 줄 아는 자숙이 요망된다.

아울러 골프의 대중화에 대한 관심도 차츰 높여갈 시기가 오고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골프 즉 부유층이라는 왜곡된 등식이 고쳐질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