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개헌합시다­./김창열칼럼(토요세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개헌합시다­./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0.11.03 00:00
0 0

헌법이라고 못고칠 것은 없다.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개헌을 반대않는다. 내딴의 개헌복안도 가지고 있다.이 점에 관한 한,나는 우리 대통령과 생각이 같다. 제1야당 총재와도 공감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개헌은 대통령 속마음의 내각책임제나,야당총재가 말하는 부통령제 따위가 아니다. 그런 지엽말절은 내 관심 밖이다.

내 개헌복안은 그런 것보다 훨씬 근원적이다. 대권을 잡은 사람,대권을 쫓는 사람들의 대권놀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대권이 본디 누구 것이냐를 더욱 분명히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하든,그 눈꼴사나운 대권놀이를 규제하고 견제할 방도를 우리 국민들 손아귀에 확보해야겠다는 것이 그 주안점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직접민주제의 개헌을 제창한다. 고대 아테네 같은 도시국가도 아닐테고,그게 무슨 시대착오냐­싶거든 다음 글을 읽어 보기 바란다.

『…어느 일요일,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는 날이다. …TV에서는 계속해서 각 후보의 프로필 소개 투표요령에 대한 안내방송이 흘러 나온다. …오전 9시 투표개시시간이 되자 유권자는 TV에 접속된 단말기의 키보드로 후보자 한 사람의 번호를 누른다…』(오명=정보화사회­ 그 천의 얼굴)

이것은 체신부장관을 지낸 저자가 그려 보이는 20년 뒤 우리나라의 선거풍경이다. 투표와 결과집계가 삽시간에 끝나는 이런 전자투표시스템이 완성된다면,중요 국사에 대한 국민 모두의 의사를 수시로 물을 수가 있게 된다. 직접민주제가 다시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ㆍ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말한 바 참여민주제란 이를 말함이다. 이로써 본다면 직접민주제 개헌복안이야말로 미래지향적이다.

직접민주제가 민주주의의 이상형인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간접민주제­우리가 신봉하는 대의정치도,사실은 국토가 넓어지고 인구가 불어나는 등 절차상의 어려움 때문에 부득이 했던 의제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이 대의정치가 국민의 뜻으로부터 갈수록 유리돼서 민주의 본뜻을 저버리는 경우­ 심할 때는 요즘 우리 정국처럼 국민의 분노마저 자아내는 경우가 흔히 생긴다. 그래서 대의제 헌법에도 직접민주제의 요소를 가미해 온 것이며,그 골자가 주요 안건을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 결정하는 국민표결(Referendum),주요 안건을 국민들 스스로 발의하는 국민발안(Initiative),의원을 비롯한 선거직 공무원을 국민들이 파면시킬 수 있는 소환(Recall) 등 국민투표제 도입은 교과서에 소상하다. 이들 가운데 헌법개정안과 중요정책에 관한 국민표결제도만이 6공헌법에 들어 있음도 다 아는대로다.

내 개헌복안은 이런 직접민주제의 요소를 더 확충하고 활성화하자는 한마디로 그친다. 국민표결의 대상을 더 늘리고 국민발안과 소환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정부정책의 당부를 제때에 가릴 수가 있고,뒤뚝거리는 국회의 입법기능을 보완할 수가 있으며,사당의 졸병같은 국회의원 배지쯤 뺏어버릴 수가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의 매일을 선거당일처럼 만드는 것,그리하여 정치가 국민들 손바닥 위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외에 요즘같은 병든 정치를 고칠 묘약이 다시 있을 것 같지 않다.

나는 요즘 정치에 분노한 많은 국민들이 이런 개헌복안에 동감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복안을 어떻게,언제쯤이면 실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은 법을 알고,정치를 아는 사람들이 공론화해주기를 기다리는 도리밖에 없을 것 같다. 여기 개헌의 제안권자도 못되고 전문가도 아닌 사람의 고민이 있다.

이 점에서 내 처지는,좀 외람되지만,우리 대통령과 비슷하다. 그는 나처럼 복안을 가지고 있다. 그는 개헌의 제안권자이지만,여당으로부터의 공론화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덩치큰 여당은 총재의 복안하나 공론화할 형편이 못된다. 여기 대통령의 고민이 있다. 그것도 임기에 쫓기고,또 그 이후가 걸려서,매우 다급하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해답은,헌법개정권자가 누구인가 인식하는데서 비롯된다. 그 헌법개정권자는 개헌국민투표(헌법 제103조②)의 당사자인 국민뿐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의사를 미리 헤아리는 것 말고 다른 해답이 있을 수 없다.

그 해답을 얻는 구체적인 방도는 미흡하나마 6공헌법이 채택했던 직접민주제의 요소를 활용하는데서 찾을 수가 있다. 헌법 제72조에 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ㆍ국방ㆍ통일ㆍ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가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개헌을 추진하려 한다,어떠냐­고 국민에게 묻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해답찾기의 수고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투표를 해보지 않아도 「개헌불가」로 기운 개정권자들의 표정이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다.

누가 보아도,지금 대통령에게 남겨진 선택은 둘 뿐이다. 이제는 개헌복안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그 하나,다른 하나는 아예 개헌포기를 선언하는 것이다. 만의 하나,그 선택이 전자인 경우에도,헌법 제72조를 거쳐서 가는 것,그런 계제로 해서 직접민주제의 효험이 입증되었으면 하는 것이 개헌론자 나름의 생각이다.<상임고문ㆍ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