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방송사 정부비판 돌아서자 「개편」에 착수/대주주 장악 가능… 관 영향 소지/선의의 경쟁 통한 개선은 의문민방과 관련한 의문들 중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왜 정부는 우여곡절을 감수하면서까지 민방을 출범시키려 하고,또 서두르고 있는가』이다.
이 의문은 비단 민방에 대해서만이 아닌 방송구조개편 전반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민방추진이 갖는 의미를 방송업 허가라는 경제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특혜시비」 논란만 있을 뿐이지만,정치적ㆍ체제적 논리와 연관을 지을 경우 보다 큰 쟁점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정부는 민방추진 이유를 ▲언론통폐합의 산물인 현 공영방송체제에 민방을 도입,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일본 위성방송의 침입 등 세계 방송환경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논리는 KBSㆍMBC의 독과점체제에서 비롯된 방만한 경영ㆍ방송문화 발전 및 프로그램 개선의지의 결여 등이 문제시돼온 현상황에서 볼 때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선정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정부가 건전한 방송체제 구축이라는 목적만을 위해서 민방을 추진하고 있다는 논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송인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정부가 민방추진 등 방송구조개편을 검토하기 시작한 시점이 기존 방송사들이 방향을 정부비판 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때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방송인들의 불신이 잉태돼 있는 것이다.
6공화국에 들어서면서 탈권위주의ㆍ민주화 추세에 따라 노사분규ㆍ급진이념이 사회의 근저를 한때 흔들리게 했고,이와 맞물려 방송계에도 이른바 「방송민주화」의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 때때로 정부를 곤혹스럽게 해왔다.
정부의 일각에서는 방송이 비판적 여론을 증폭시켜왔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방송구조가 어떤 형태로든 개선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실제로 기존 방송사는 5공시절의 「무비판적 맹종」에 대한 반사적 행동으로 체질변화를 시도하고 있었고,한편으로는 노조의 영향력이 증대된 상태였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은 거의 미치지 않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이 6공 출범 후 1년여 계속되자 88년말부터 정부는 방송구조개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KBSㆍMBC가 89년초 경쟁적으로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고 때맞추어 국회 청문회 등과 맞물려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증폭시키자 정부는 89년 5월 방송제도연구위를 발족,본격적인 방송개편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 방송계가 분석하는 방송구조개편 추진의 전말이다.
따라서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정부의 민방추진을 선의의 경쟁을 통한 방송환경의 개선이라는 방송 자체논리만으로 해석하기에는 설득력이 희석된다. 더 나아가 정부가 방송에 나름대로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개편작업을 추진했다는 분석도 당시의 상황과 연관지어볼 때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방송제도연구위의 보고서가 지난 6월 발표된 정부의 방송구조개편안에 크게 반영되지 않은 점,지난 7월14일 국회에서 방송관계법안을 급작스럽게 통과시킨 점 등은 정부의 어떤 「의지」를 읽게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민방주체 선정을 둘러싼 많은 설과 의문점들도 「정부의 방송에 대한 영향력 증대」라는 가설과 등식화시켜보면 시사하는 점이 많다.
무엇보다 정부가 민방의 경영체제를 「1인 지배주주에 의한 책임경영」이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는 점이 정부의 의지가 무엇인지를 나타낼 수 있는 정황증거라는 분석이 있다.
즉 『기존 방송사가 방만한 경영ㆍ정체성에 함몰해 있기 때문에 민방의 경영은 능률성과 책임성이 강조돼야 한다』는 설명이 정부논리라면 『경영층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기존 방송사와는 달리 민방은 경영주에 의한 내부통제가 강력히 이루어질 수 있어 정부의 이해접근이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 반대논리라 할 수 있다.
정치권력의 방송 직접장악이 국민의식 수준의 향상과 방송사 구성원들의 자율성 확보노력으로 쉽지 않은만큼,민방은 상업성과 1인 지배를 통해 간접적 영향력 행사가 쉬워질 것이라는 얘기는 이미 방송계에 널리 퍼져 있다.
민방주체의 사전내정설도 그 근저에는 앞서 지적한 가설들과 맞물려 있다 할 수 있다. 정부가 민방을 간접영향권에 두기 위해서는 ▲일단 그 사주가 친정부 성향이 강해야 하고 ▲사주의 지분이 다른 참여자보다 월등해 1인 지배가 가능해야 하며 ▲정부 의존이 어느 정도 필요한 중급규모의 기업이어야 한다는 가정이 성립되게 된다.
이번에 지배주주로 선정된 태영건설이 이러한 가정에 가장 근사치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재계와 방송계에 펴져 있는 내정설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고 보인다. 방송구조개편이 처음 논의되던 시기에 『방송의 공익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새 민방은 사영화되지 않도록 다수에 의해 소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음을 감안한다면 이번 민방주체 선정은 공익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고 선정절차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방송계에서는 『민방주체 선정과정에서 나오는 사전내정설 등이 어떤 의미에서는 정부가 방송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 때문에 파생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민방 출범에 있어 정치적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단기간은 정부에 유리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상업성ㆍ오락성 등의 지나친 강조로 파생되는 폐해가 더 큰 짐이 될 것』이라는 충고가 많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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