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열렸던 88년이 시효기점”/소송도미노땐/정부 방송개편에 큰 타격/피해 신문사ㆍ해직 언론인도 보상길 열려지난80년 언론 통폐합 당시 강제로 소유주식을 빼앗겼던 지방 MBC사 주주들에게 다시 주식을 돌려주라는 법원의 판결은 5공 정권이 주도했던 언론 통폐합의 불법성을 사법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를 갖고있다.
이 판결은 또 당시 억울하게 방송사 또는 신문사의 주식을 포기해야만 했던 사람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음으로써 앞으로 언론 통폐합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승소판결을 받은 2개 지방계열사외 나머지 13개 지방계열사 주주들에다 TBC의 주주들까지 소송을 내 승소판결을 받을 경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송구조 개편작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함께 서울 경제ㆍ신동아일보 등 당시 강압에 의해 문을 닫아야했던 신문사들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보상을 받게되고 강제 해직됐던 언론인들도 복직 또는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같이 5공 정권의 불법행위에 대해 원상회복내지 피해보상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불법 행위가 있었던 지난 80년으로 보지않고 언론 통폐합의 불법성이 밝혀진 국회언론청문회가 열렸던 지난88년 12월로 잡았기 때문.
계약자유의 원칙을 기본원리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에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강박에 의한 계약은 무효」라는 것을 민법의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민법총칙에 이 원칙을 규정,민법운영의 대전제로 삼고있다.
그러나 아무리 강박에 의해 맺어진 계약이라 하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난때까지 당사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왕에 이루어진 계약을 인정해주는데 이를 소멸시효라 부른다.
따라서 언론 통폐합으로 잃었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계약이 본인의 자유의사와는 관계없이 강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증명함과 동시에 아직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인정돼야 한다.
지난번 언론청문회서 이미 보안사가 적극 개입,주식인도를 거절하는 관련인들을 불법 연행해 포기각서에 서명토록 협박한 사실이 드러났으므로 「강박에 의한 계약」이었다는 주장은 비교적 입증하기 쉽지만 문제는 소멸시효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사사건의 일반적 소멸시효를 10년으로 하고있으나 민법의 특별법격인 상법에서는 경우에 따라 이보다 짧게 시효를 정하고 있고 이번처럼 주식인도계약과 관련됐을때는 소멸시효를 3년으로 하고있다.
따라서 불법행위가 있었던 때로부터 계산하면 당연히 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이번 소송은 각하돼야 했지만 법원이 시효의 기산점을 누구에 의해 어떻게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알게된때,즉 언론청문회가 열렸던 지난88년 12월로 잡았다는 점에서 권리구제가 가능해졌다.
법원의 이같은 해석에 따른다면 당시 언론 통폐합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은 오는91년 12월까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놓으면 권리회복할 수 있다는 말이된다. 물론 언론 통폐합과 관련된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언론청문회의 시점으로 잡은 것은 앞으로 상급심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현재의 법원분위기로 보아 뒤집혀질 가능성은 거의없다.
실제로 지난22일 5공 정권의 정화작업으로 해직됐던 KBS직원 2명이 낸 소송에 대해 서울고법이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언론청문회에서 해직의 불법성이 폭로된 88년12월로 보아야한다』는 판결을 내린적이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이 항소심에서 다시 법적공방이 전개된다 해도 이미 내려진 서울고법의 판결을 뒤따를 것으로 보여 대법원에서 이변이 없는 한 원심의 판결이 확정될 전망이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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