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사이 없이 파국으로 치닫는 민자당 내분은 이제 민자당 합당의 주역인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표,김종필 위원 등 세 사람이 나서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단계까지 간 느낌이다. 세 사람이 모여 내각제개헌 추진여부는 물론 현 민자당 체제의 지속여부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려줄 것을 국민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김영삼 대표가 마산으로 떠나면서 오늘의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불안이 전적으로 내각제로의 개헌시도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자가당착적인 발언이기도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는 비밀합의 각서에서 드러났듯이 3당합당 때의 대전제였던 내각제개헌을 정면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자당의 존립에 대한 의문과 이의를 제기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스스로 서명,동의한 내각제개헌을 이 시점에 와서 뒤집은 원인과 배경은 무엇인가.
자신의 표현대로 합당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인식을 가졌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비밀 합의각서 유출사건에서 보듯 민정계 등이 공작정치 방식을 통해 내각제를 조기공론화기정사실화하려는 데 대한 반발과 함께 대표이면서도 단 한차례 제대로 당권을 장악,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 등으로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자당의 내분을 정말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이같은 김 대표의 정면항의에 대해 다른 계파가 좀처럼 이를 수용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노 대통령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시간이 되면 해결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그렇고,특히 민정ㆍ공화계측은 전적으로 대통령제 고수에 따른 대권전략과 이를 준비하기 위한 당권장악 기도로 관측하고 있어 과연 근본적으로 내분이 수습될 수 있을 것인가가 극히 비관적인 것이다.
문제는 이번 각서 유출에서 비롯된 민자당 내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국민이라는 데 있다. 3당합당 이후 국민에게 희망과 보람을 안겨주기는 커녕 걱정과 혼돈만을 주어왔었던 만큼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합당주역들이 내세웠던 민주 안정 번영 통일이라는 목표도 그렇고 「새시대 새정치」 「명예혁명」 「구국의 결단」이란 구호가 최소한의 실적은 커녕 정치실종만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건국 42년 동안 역대 집권당 중 오늘의 민자당처럼 국민으로부터 철저한 불신과 외면을 당한 여당도 없었을 것이다.
3당통합에서 대권밀약 파동과 각 계파간의 암투,그리고 이번 합의각서 유출파동 등 모든 것을 당권싸움과 대권싸움으로 보고 있는 국민의 인식을 민자당이 앞으로 과연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은 민자당의 존립과도 직결되는 과제이다.
지금 상태로 적당한 선에서 서로 체면을 세워주고 양보해서 내분을 덮는다해서 해결될 단계는 지났다. 특히 어정쩡한 상태로 지자제선거,14대 총선 등을 치를 경우 결과는 불을 보듯 명확할 것이다. 세 사람은 지난 1월22일 약속한 것처럼 당장 모든 계파의식과 묵은 감정은 용광로에 집어넣고 2천년대를 향한 민주화와 새 정치를 정말 구현할 것인지,또 내각제 개헌은 정말 단행해야 하는 것인지,소모적인 3계파 정립체제를 지속할 것인지를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다.
3인의 구수회의에서도 도저히 의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3계파는 일찌감치 분당,4당체제의 원점으로 회귀해서 새로운 정책과 구국논리로써 다음 선거에 대비하는 이른바 구명도생하는 것이 차라리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소한이나마 기여하는 방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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