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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추태냐… 분당이냐”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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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추태냐… 분당이냐” 갈림길

입력
199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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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정면승부 선회 의미와 전망/각서 유출의도ㆍ모종결심 「해프닝 시각」에 분통 폭발/합당 무효화 선언… 동거조건 깨/절충여지 난망 「거취선택」 관심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각제 개헌 반대입장을 공식 천명함으로써 민자당은 창당 후 최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됐으며 향후 정국 시계도 극히 불투명해졌다.

김 대표는 이날 『내각제 개헌을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는 게 확실하다』 『정치지도자의 약속이 국민보다 우위에 설 순 없다』는 말로 합의각서의 사실상 무효화를 선언했다.

민정ㆍ민주계가 3당통합의 「고리」이자 「합거」의 기본조건이라고 여겨왔던 내각제 개헌의 현실성을 김 대표가 정면 부정함에 따라 격렬한 계파 투쟁이 전개될 단계에 이른 것이다.

물론 김 대표는 『당내에서 개헌과 관련한 혼선이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며 국회정상화와 정치복원을 통한 현안해결을 강조,자신의 첫 착점이 국민을 상대로 한 당내 투쟁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분당,또는 탈당이란 표현만 쓰지 않았을 뿐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모든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것』이라고 말해 분당도 불사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의 주장이 현재 여권내부 구조나 분위기상 쉽게 수용되기 어려운 현실이고 보면 어떤 의미에서 김 대표는 탈당이란 최후의 선에 더 큰 시선을 던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수습국면에 접어들 듯한 내분의 흐름을 1백80도 되돌려 놓게 된 배경은 몇 가지로 가늠할 수 있다.

우선 합의각서의 유출이 그의 오랜 「정치감각」으로는 우발적 사건으로 볼 수 없으며 결국 자신의 입지약화를 노린 특정세력의 계산된 행동으로 판단했다는 것.

지난 4월 박철언 전 정무장관과의 갈등에서부터 최근 김중위 의원의 발언에 이르기까지의 움직임을 보면 이들이 내각제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뻔히 알면서도 오히려 개헌을 빌미로 역공세를 취해왔다는 판단이다. 또한 회견에서 『당 대표도 모르는 내각제 추진 계획문서가 나돌았다』고 밝혔듯 자신을 배제한 「제2의 당권」이 행사되고 있었다는 지적도 이유 중의 하나.

때문에 그는 차제에 이같은 움직임을 분명히 차단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고,자신의 행동에 앞서 청와대측의 의중을 떠보려했던 것 같다.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이 밝힌 4개항의 수습지시는 자신의 기대에 못미치는 문제「봉합」에 그쳤고 30일 최창윤 정무수석ㆍ김윤환 총무와의 면담에서도 노 대통령의 추가적 수습의지를 못읽게 되자 자신의 결심을 굳히게 됐다는 게 주변의 관측.

이와 함께 직접적 계기는 김 대표의 심중과 달리 청와대측 등이 의도적으로 내분수습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흔적을 발견케 된 것. 특히 자신의 당무거부와 모종결심 태세를 일종의 「해프닝」으로 보는 시각에 분통을 터뜨렸다는 것이며 그동안 여권체질에 적응치 못하던 민주계 의원들의 집단적 고충 토로도 큰 몫을 했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구조적 갈등을 앞에 두고 김 대표는 『내각제문제와 당권 확립에 대한 「정면돌파」 없이는 불씨 잠복과 갈등 재현의 악순환만 거듭될 것』이라 보고 기득권 포기의 각오 아래 승부수를 던졌다는 게 정가의 해석인 것이다.

『야당생활 30년 동안보다 더 많은 수모와 상처를 합당 9개월 동안 당해 온』 김 대표는 당내 투쟁의 승패와 관계없이 『더이상 잃을 것도 없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결심을 강행했다는 측근들의 얘기도 있다.

이미 분당까지 계산에 넣고 있는 김 대표가 향후 「당내 투쟁­탈당」의 수순을 어떻게,언제 밟을지는 속단키 어렵다. 여당으로의 변신과 합의각서 파문으로 그의 「대중성」과 도덕성을 상당부분 상실한 현실에서 김 대표의 정국 행보에도 많은 한계가 노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 대표의 행보와는 별도로 정국은 집권당 내부투쟁격화 등 급박한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김 대표가 던진 공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김 대표의 회견이 「찻잔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 민주계 의원들이 분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정국은 3당합당의 충격 이상의 대지진을 예고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 경우 정국 판도는 야권재편 등으로 급변하게 될 것이며 남은 민자당도 재편될 수밖에 없어 노 대통령의 국정구도에도 심대한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정가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조기총선이 불가피하다」는 성급한 추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며 나아가 기존 정치권 전체의 동시함몰을 예측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이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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