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통화 가시화… 유럽통합 큰걸음/회원국들 「통화주권」 EC이양/엄청난 파장… 정치통합 가속화/영,경제취약ㆍ불독견제 노려 반대… 결국 합류전망지난 28일 로마에서 열린 EC(유럽공동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94년 1월1일 EC 중앙은행 설립」은 유럽부활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EC 12개 회원국중 비록 영국이 반대입장을 분명히했지만 나머지 11개국이 중앙은행 설립일자를 확정지은 것은 유럽경제 통화통합의 최종단계인 단일통화 창설을 분명히 가시화했기 때문이다.
93년부터 시장단일화를 이루는 EC는 이번 합의에 따라 외교ㆍ안보정책 등을 공동으로 다루는 정치통합으로의 추진을 더욱 가속화,명실상부한 「하나의 유럽」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통화통합이 정치통합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확실하게 가져오느냐 하는 점은 이미 동서독통일이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유럽통화통합(EMU)은 EC회원국들의 통화를 하나로 하는 동시에 각국 중앙은행위에 유럽중앙은행을 설치,금융정책을 일원화하는 것을 말한다.
EC 각국의 통화주권을 EC에 이양하는 것으로,미 연방준비제도(FRS)의 「유럽판」인 셈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영국의 태도다.
영국은 유럽통화 통합의 대원칙에는 찬성하지만 구체적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항상 이의를 제기해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마거릿,대처 영국 총리는 『보다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계획이 마련되기 전에는 공식 채택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이 통화 통합안을 결코 영국 의회에 제출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
영국의 반대가 「중요시」되는 이유는 EC의 기본헌법격인 로마조약의 개정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의 창설을 위해서는 회원국의 통화주권 이양이 필요하며 이는 로마조약의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로마조약의 개정은 각 회원국 의회가 만장일치로 비준할 경우에만 가능토록 돼있는 것이다.
영국을 제외한 11개국가들은 그러나 중앙은행 설립과 통화통합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동구의 대변혁과 독일통일이 초래한 유럽의 불안정을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하려 하고 있으며,국제질서 개편과정에서 유럽의 일은 자신들 스스로 처리,앞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들은 그러면서 영국이 언젠가는 「통화통합의 열차」에 자연스럽게 승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그동안의 유럽통합 진행과정에 근거하고 있다.
유럽통화 통합은 로마조약이 제정될 당시인 57년부터 그 싹이 터 70년 다시 제기됐으며 79년 유럽통화제도(EMS)의 발족으로 이어졌다.
그후 자크ㆍ들로르 EC집행위 위원장의 주도로 유럽통화 통합의 구체안이 마련돼 89년 6월 마드리드에서 개최됐던 EC 정상회담에 정식 제출됐었다.
들로르 위원장을 중심으로 역내 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수립한 이안은 3단계의 통화통합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1단계는 90년 7월1일부터 EMS에 가입돼 있지 않은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의 EMS가입과 역내국가들의 경제통화정책 협력강화이며 2단계는 유럽중앙은행 창설이고 3단계가 바로 단일통화(ECUㆍ유럽통화단위)의 설정으로 돼있다.
당시 마드리드 정상회담에서도 영국만이 이번과 비슷한 이유를 들어 명백한 반대입장을 표명했었다.
하지만 영국은 이달초 결국 전격적으로 EMS에 가입했다.
영국이 이처럼 유럽통화 통합에 계속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은 ▲고인플레ㆍ고실업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상태와 ▲유럽질서 개편과정에서의 불ㆍ독의 독주견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밖에 경제주권의 이양에 대해 영국인 특유의 민족주의를 내세워 현재 약세에 있는 보수당의 인기를 끌어 올리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대처 총리는 통화통합에 대한 대안으로 각국 통화는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ECU(유럽통화 단위)를 다만 13번째 EC통화로 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더 나아가 대처 총리는 『영국이 유럽에서 고립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도를 가느냐 하는 점이다』라고 강조,일단 타협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치고는 있다.
그러나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이 93년의 단일시장 창설에도 처음에는 반대했다가 결국 대세에 합류했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번 영국의 반대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오는 12월 로마에서 열릴 정부간 회의에서 영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쨌든 이번 로마회담은 유럽이 고르바초프가 제안한 「유럽공동의 집」이나 미테랑이 주창한 「유럽국가 연합」과 완전히 부합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 방향으로 확실히 나아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러한 점은 폐막성명에서 오는 11월 파리에서 개최될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민주적으로 평화로운 유럽공동체를 건설할 역사적 기회』로 규정하고 『EC가 그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데서 잘 나타나 있다.<이상호기자>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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