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있는 소위 내각제 개헌 합의각서 유출사건은 문제를 스스로 만들었던 민자당내 지도자들간의 타협으로 일단 겉으로는 진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각제개헌을 할 것이냐 안할 것이냐」「다음 차례의 여권주자는 누구로 할 것인가」하는 두가지 근본문제가 풀리기 전에는 완전한 수습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진정이 되더라도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 수면위에 떠올랐던 문제를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때가되면 언젠가 또다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이처럼 수습이 된다고해도 믿어지지 않고 계속 불안감을 주는 이유는 이번 사건에 얽힌 의문점이 풀리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밀실정치 자체에 대한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우선 떠오르는 가장 큰 의문은 김영삼 대표가 내각제의 연내개헌에 서명까지 해놓고 이제와서 무엇 때문에 내각제에 반대하느냐는 것이다. 지난 5월 서명할 때에는 찬성했을 것이 분명한데 이제와서 다른 얘기를 하는 까닭을 알 수 없다. 서명 할 때에는 억지로 했단 말인가,아니면 그동안 마음이 변했단 말인가,그렇지 않으면 서명한 합의문이 영원히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거짓말을 한 것인가. 이 의문에 대해 확실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다음은 유출경위에 대한 의문이다. 김대표측 주장에 따르면 당시 「기록을 위해 서명을 하자」는 민정계측의 권유를 김대표는 「30년 넘게 정치를 해오면서 서명같은 것은 한 일이 없다」고 처음에는 뿌리쳤다. 그러다가 「합의문은 한부만 작성해서 청와대에 비밀보관하겠다」는 서명을 받으러온 박준병 사무총장의 다짐을 받고 김대표는 서명했다. 사본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는데 청와대는 무엇때문에 두개의 사본을 만들어 민자당으로 내려보냈는가,김대표측은 여기에 강한 의혹과 불만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사본을 받은 박준병 사무총장이 그것을 제때에 당사자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유출되게한 것이 과연 본의 아닌 실수였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다. 설사 실수였다면 잃었던 합의문이 되돌아 왔을때 훼손된 봉투를 새 것으로 바꿔 전달하는게 상식일 것 같은데 이제까지 쉬쉬하고 있었던 것도 이해가 도저히 가지 않는다.
또다른 한가지 의혹은 다른 합의각서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3인간에 내각제의 연내개헌에 대한 밀약이 서명 문서화될 정도라면 노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의 후계구도에 대한 밀약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는 상식적인 추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대표가 좀 돋보이는 활동을 할때마다 민정쪽에서 사정없이 견제구를 던져대는 각박한 신경전은 내각제 공방전과 똑같은 양상이어서 다음 주자를 누가 먼저 맡느냐에 대한 묵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짙게한다.
이러한 갖가지 의문과 의혹이 말끔히 씻겨지지 않은 이상 완전한 수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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