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기준ㆍ조기결정 의혹 확산/“주인은 이미 결정” 설 급격 번져/군소주주들 뒤엔 「재벌 뒷돈」 「동종기업」 소문까지「채널 6의 함정」.
새 민방 설립을 둘러싸고 갖가지 풍설과 의혹이 증폭되자 이를 부인하기에 급급한 공보처 실무자들의 곤혹스러움을 민방의 채널6에 빗댄 말이다.
공보처와 방송계에 이 비유가 흘러다닐 정도로 여러 소문들은 그럴듯한 내용과 배경을 갖추고 있어 민방주체 선정 이후에도 후유증은 심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보처는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감안,선정결정을 앞당겼지만 과연 어느 정도 후유증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졸속결정이라는 비난과 함께 사전내정의 의혹만을 배가시킬 우려마저 있다.
현재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소문들 가운데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것은 『새 민방의 주인은 이미 결정돼 있고,복잡한 민방설립 절차는 요식행위』라는 설이다.
이런 의혹에 대한 근거로 심사기준 선정의 시점이 우선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가칭 「중앙방송」으로 민방참여를 신청한 기독교교단은 「범교단기독교방송대책위」(위원장 주계명 목사)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공보처가 사전에 자격요건이나 신청기준을 명확히하지 않은 채 설립신청을 받고나서 사후에 선정기준을 발표한 것은 행정의 원칙을 무시한 처사로,설립주체를 미리 선정해놓고 이에 맞춰 기준을 소급제정했다는 의혹을 낳고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민방신청 접수를 마감한 뒤 8일이 지나고서야(18일) ▲특정 이익집단 및 정당,종교단체 등 특정사상과 신념을 대변하는 단체 ▲정부 유관단체 ▲부동산투기 등으로 성장한 기업 및 단체 ▲재무상태가 부실한 기업들은 배제한다는 심사기준을 발표했었다.
이 기준에 따라 3백억원 이상의 출자를 희망한 「지배주주 후보」 중 몇몇 기업 및 단체는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탈락을 감수해야만 했던 것이다.
지배주주 희망자는 인켈,한독,중소기협 민방추진위,태영,농심,일진,대성제분,중앙방송(기독교단),강성구 씨 등인데 중소기협과 중앙방송은 「특정 이익집단 이념을 대변하는 단체」라는 심사기준에 따라 배제되게 된 것.
또 농심은 사주인 신춘호 씨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동생이란 이유에서,강성구 씨는 자금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 때문에,한독은 최근의 기업적자 때문에 배제돼 지배주주는 인켈 일진 태영으로 압축되게 됐다.
이에 따라 방송계와 재계에서는 『내정자의 모양을 세워주기 위해 유력경쟁자를 유인한 뒤 뒤늦은 기준선정으로 이들을 의도적으로 배제시켰다』는 반발이 일었고 특히 선발주자로 뛰었던 중소기협 및 중앙방송 등은 공보처를 상대로 노골적인 비난을 퍼붓기에 이르렀다.
심사기준 발표시점도 여러 구설수를 낳았지만 민방주체 선정시점은 더욱 의혹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공보처는 당초 11월10일께 민방주체를 선정하겠다는 일정을 밝혔으나,시비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자 이를 앞당겨버린 것이다.
공보처는 민방설립추진위(위원장 이승윤 부총리) 회의 일정이 잡히지도 않은 지난 26일 민방주체 선정발표를 앞당기겠다고 밝혀 관련자들을 당혹케 했다. 민방설립추진위가 민방주인을 선정하는 최종기구라는 것이 공지의 사실인만큼 공보처의 발표시기조정 운운은 『민방주체가 이미 내정됐다』는 심증을 더욱 굳혀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 차례의 회의로 「중차대」한 민방주인을 결정해버린다는 것 또한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신청기업들에 대한 심사자료만 해도 엄청난 양인데 두 차례인 몇 시간의 회의도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사전 내정이 아니고서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에 입각해 보면 민방의 주인선정은 청와대와 공보처에 의해 진작에 끝났고 부총리 등 6개 장관으로 구성된 민방설립추진위는 들러리용이라는 파다한 얘기가 그럴싸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공보처가 주체가 선정되기도 전에 민방의 경영방향과 관련,『사주에 의한 책임있는 경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하는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민방이 전파를 쏘게되는 내년 중반 이후는 지자제,총선 등이 계속되는 「선거정국」이 된다. 정부는 정권 차원의 싸움이 있는 이 시기에 정부에 비판적 성향을 보일 수 있는,노조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기존방송과는 다른 「입맛에 맞는」 방송주체를 선정하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력한 소문으로 『한 건설기업이 맡을 것이라는 지배주주 뒤에는 방송의 동종기업이 있다』는 설도 있다. 심지어는 이 건설기업과 동종기업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직고관 출신 인사가 초대사장에 내정돼 있다는 얘기마저 있다.
또한 군소주주 중에는 「재벌의 뒷돈」을 받고 대리참여한 기업들이 많다는 얘기가 재벌과의 구체적인 관계까지 곁들여 나돌고 있다.
물론 이런 풍문들은 근거가 있다거나 증거에 의해 확인된 게 아니다. 심사기준 발표ㆍ주체선정 발표의 시점에 의혹이 많은 상황에서 공보처가 공명정대한 심사를 되풀이 장담하는 것만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관련인사들은 『공보처가 주체선정을 서두른 이유 등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다면 새 민방의 탄생은 곧 6공정부의 신뢰추락으로 이어지며 걷잡을 수 없는 후유증을 잉태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새 민방이 「6공비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명명백백한 공개심사와 합리적인 선정기준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하는 충고들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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