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가 확정ㆍ발표한 그린벨트 규제 대폭완화조치를 보는 느낌은 한마디로 떨떠름하다. 그것은 그린벨트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민원」을 핑계삼아 관이 그린벨트를 잠식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 만든 편법 중의 편법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규제완화조치의 사실상 수혜자는 누구이며,관 편의 위주의 규제완화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기에 앞서 「큰 제방도 작은 개미구멍 하나로부터 붕괴된다」는 옛말을 새삼 되새기면서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가 뿌리째 위협당하는 적신호가 온 것인지 여부를 먼저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그린벨트는 지난 71년 7월30일 수도권 일원에서 처음으로 지정된 이래 77년까지 8차에 걸쳐 전국 14개 권역으로 확대되면서 전국토의 5.5%에 해당하는 5천3백97㎢가 묶였다. 따라서 그 권내에 거주하는 22만9천여 가구 1백17만주민들이 당해야 하는 재산피해와 생활과 생업의 불편과 불이익이 얼마나 심각했는가를 상상하고도 남는다.
우리는 원론적으로는 탁상행정이 제멋대로 그은 비현실적이고도 불합리한 그린벨트 설정은 현실에 맞게 시정되고 완화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린벨트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민원해소를 위한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면서 그린벨트마저 투기대상이 되는 엉뚱한 결과를 빚게 된다면 안된다고 본다. 규제완화를 핑계삼아 관련공무원들의 농간의 소지가 트이고 진짜 수혜자가 도시의 투기꾼이나 복부인이 되는 사태에 이르면 안 되겠기에 투기 붐이 사라질 때까지 그린벨트에 대한 관리는 엄격히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규제완화조치를 자세히 뜯어보면 실제 주민들이 받는 수혜는 3평짜리 방 한 칸과 2평짜리 부엌 1개를 증축할 수 있게 된 것과 버섯재배사와 수산종묘배양장 규모가 30평에서 90평으로 3배 정도 늘어난 것이 고작이랄 수 있다.
그러나 행정관서는 이번 규제완화조치로 그린벨트 안에 버스 차고도 만들 수 있고 청사도 지을 수 있게 했으며 필요한 지역에는 미결수 구치소도 짓고 보훈병원도 신축할 수 있게 했다. 보다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린벨트 관리권한의 하부기관 대폭이양이다.
국무회의 의결사항은 건설부 장관에게,건설부 장관 결정사항은 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에게 위임하는 식의 권한이양은 「그린벨트에 관한 한」 강력한 「관리의지의 포기」라고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3공이나 유신정권하의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두고 관장하던 서슬퍼런 시절에도 일선 공무원들이 틈만 나면 그린벨트내의 불법ㆍ탈법 건축을 묵인했던 것을 생각한다면,그린벨트 관리권한의 일선 행정기관 위임이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 아닐는지 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도시의 공해가 날로 위험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판국에 그나마의 그린벨트마저 훼손돼버린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인지 끔찍하기만 하다. 관이 그린벨트의 잠식과 훼손에 앞장서겠다는 식의 규제완화조치를 수긍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마땅히 재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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