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김동영 정무 통해 메시지/김 대표,한밤 4시간 외출 추측 만발/「내각제」의 본질향방은 아직 미지수○…내각제 합의각서 유출파문으로 분열의 위기를 맞았던 민자당은 29일 하오 노태우 대통령이 유출책임자의 「엄중문책」을 지시함으로써 조기수습의 국면을 맞았다.
이날 김영삼 대표는 비민주계 당정인사의 면담을 거절한 채 민주계 의원들을 만나 내각제 반대의사 표명을 하는 반면,민정ㆍ공화계는 이 사건을 계기로 내각제합의 사실에 대한 김 대표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여 대립을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인 움직임 속에 청와대측은 민주계의 김동영 정무장관을 통해 수습방안을 교감,이날 하오 노 대통령이 김 장관을 불러 수습안을 지시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일단 이같은 청와대의 수습방안에 따라 노 대통령과 불원 단독회담을 갖고 당무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영 장관이 청와대로부터 내각제문제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내각제 논의는 여전히 불씨를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와대면담◁
○…노태우 대통령은 29일 아침부터 노재봉 비서실장ㆍ최창윤 정무수석으로부터 당 내분에 관한 보고를 받고 조기수습방안을 직접 구상했으며,하오 3시께 참모들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직접 김동영 정무장관을 부르도록 측근에게 지시했다는 것.
노 대통령이 김 장관을 부른 사실은 노 실장과 최 수석 등 비서진들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노 대통령의 지시로 배석했을 정도.
노 대통령의 4개항 지시사항은 이 자리에서 피력된 입장을 토대로 노 실장ㆍ김 장관ㆍ최 수석 등 세 사람이 정리해 사후에 작성했다는 후문.
노 대통령은 김 장관으로부터 당 내분상황과 김 대표의 입장을 상세히 보고받은 후 지시사항 내용을 그 자리에서 밝혔는데,이 내용은 노 대통령이 직접 구상한 것일 것이라고 한 관계자가 전언.
한 배석자는 『김 장관이 한 계파(민주계)의 대표로 대통령에게 보고를 한 게 아니라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장관으로서 당내의 분위기와 시중여론을 자세히 보고했다』고 전한 뒤 노 대통령은 우선 이 보고를 경청한 뒤 지시를 했다고 설명.
이 배석자는 『보고 중에는 김 대표의 심정과 민주계의 반발상태도 자세히 들어 있었다』고 첨언.
▷민정계◁
당무거부라는 김 대표의 초강성 실력행사에 조기공론화의 정면대응을 거론하던 민정계는 일단 노 대통령의 이날 지시가 수습의 조건이 될 수 있으리라는 조심스러운 전망.
민정계 의원들의 당초 『차제에 내각제가 당론임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온 것이 사실이나 「대치」가 계속될 경우 「복원불능」의 파국까지 초래될 수 있는 파문의 충격파를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차츰 대두됐고 이날의 청와대 지시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들.
민정계측은 이 지시가 내각제 개헌의 연내 불거론방침이라는 기존의 당론을 거듭 명시함으로써 김 대표의 입장을 살려주었지만 내각제를 지향하는 당 강령 역시 재삼 부각됐기 때문에 당의 개헌추진 의사가 유효하다는 쪽에 비중을 두는 모습.
민정계의 한 중진의원은 이와 관련,『민정계 쪽의 면담을 거절해오던 김 대표가 김동영 정무장관을 통해 노 대통령과 대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점이 일단 중요하다』고 평가하고 『지금까지의 김 대표 입장에서 보면 김 대표로선 이를 즉각 수용할 것 같지는 않지만 미진한 문제는 김 대표와 노 대통령이 직접 만난 자리에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
이날 「조기공론화」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다수의 민정계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펴온 김윤환 총무 등 신중론자들은 『김 대표로부터 내각제에 대한 확실한 담보를 얻어내고자 한다면 수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논리로 대세전환을 위한 분주한 움직임.
김 총무는 이날 상오 「정면돌파」를 주장하는 오유방 의원과 별도회동한 데 이어 이날 낮 63빌딩에서 오 의원을 포함,이태섭ㆍ신상식ㆍ이치호ㆍ김영구ㆍ정창화 의원 등과 오찬을 함께 했고 이종찬 의원 등 다른 중진들과도 계속 접촉한 결과 「연내 공론화 유보」쪽의 공감대를 도출.
김 총무는 『공화계 쪽에서도 이 수준의 수습방향에 공감을 표시해왔다』고 설명하고 『김 대표측에서 민감하게 문제시하고 있는 각서유출 경위에 대해서는 청와대 회동 때 노 대통령의 직접 설명으로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
▷민주계◁
김영삼 대표가 상도동 자택에 칩거하며 모종의 「정국결심」을 굳혀가는 가운데 김 대표의 행보를 뒷받침하려는 민주계 의원들도 임박한 「당내투쟁」을 위한 전열정비에 종일토록 부산.
그러나 강성기류 일색이던 상도동 진영은 이날 저녁 김동영 정무장관이 노 대통령을 만나 수습책을 지시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부터 무엇인가 가닥을 잡아가는 게 아니냐는 기대로 한때 반전.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 장관은 반 9시30분께 상도동에 찾아와 『김 대표의 심경을 청와대비서진에게 전달하니 나중에 노 대통령이 나를 불러 몇 가지 지시만 하더라』며 『대통령 지시중 특별한 것도 없던데 타결될 게 뭐 있나』며 시큰둥한 반응.
반면 종일토록 자택에서 계파 의원들만 접촉하던 김 대표가 저녁 7시10분께 보도진의 눈을 피해 밤늦게까지 외출해 추측이 만발.
김 대표는 『김 장관과 모처럼 별도회동을 갖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갖게 하기도 했지만 김 장관은 이를 부인. 때문에 김 대표 주변에선 『밤 사이에 노 대통령과 전격요담하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이 나돌기도.
하지만 김 장관은 『김 대표가 당분간 청와대에 안갈 것』이라고 말해 이날 노 대통령의 지시 정도로는 김 대표의 기대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함을 시사했고 이날 밤 상도동을 재차 방문한 서청원ㆍ최기선 의원 등도 『노 대통령이 각서유출과 관련,유감을 표시하고 관련책임자를 엄중문책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의미를 줄 수 있다 해도 문제의 핵심인 내각제문제에 대해 연내논의 유보방침을 확인하는 정도로는 수습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이와 관련해 김 대표의 한 측근은 『민주계가 모처럼 총 동원령을 내려 옥쇄를 각오하며 진군나팔을 분 시점인만큼 어정쩡한 수습방안으로는 되돌아서기가 어렵다』면서 『2∼3일간 김 대표를 지켜본 느낌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정치지도자간의 신의를 파기한 쪽에서 분명한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고 전언.
이들은 『노 대통령이 코리아 타임스지와의 회견에서 내각제에 대해 밝힌 입장으로 보면 김 대표와의 신의가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다만 정국운영의 총 책임을 지고 있는 노 대통령의 수습책 지시이면에 또다른 언질이 있지 않았겠느냐』라며 행간의 의미를 예의 주시하는 탄력적 입장을 피력.
한편 이날 저녁 인터콘티낸탈호텔에서 열린 「집결」에서 민주계의 초ㆍ재선의원들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 내각제 추진에 동의할 수 없으며 김 대표의 정국결단에 따라 정치적 운명을 같이 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는데 이로써 28ㆍ29 양일간 김 대표의 정국돌파를 전적으로 밀기로 한 소속 의원수는 45명 선을 웃돈 상태. 이들은 『지구당에서 위원장의 위상이 정립되지 않고 김 대표의 당내 권위가 확립 안된 상태로는 더이상 당을 같이 할 수 없으며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특정세력이 치밀한 각본에 따라 김 대표와 민주계의 고사수순을 밟고 있음이 드러난 이상 우리는 국민의 편에 서서 의연하게 정도를 갈 것』이라고 의견을 집약.
한편 이날 밤 행선지도 알리지 않은 채 외출했던 김 대표는 밤 11시30분께 담담한 표정으로 귀가,보도진들과의 접촉을 피한 채 곧바로 2층 서재로 직행.
김 대표는 서재에서 김 장관과 만나 30여 분간 노 대통령 면담결과를 보고 받았는데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노 대통령의 4개항 지시행간에 깃들인 뜻과 노 대통령의 모종언질을 전달했으리라는 관측이 유력.
이날 김 대표의 자택을 찾은 의원들은 20여 명에 달했는데 이들은 김 대표의 결심방향에 대한 감을 잡은 듯 의원회관 등에서 10여 명씩 별도로 회동,일사불란한 행동통일을 다짐.
이들은 『이번 각서 유출사건이 어떤 고차적인 수순에 의한 5공식 공작정치의 발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으며 『지금껏 김 대표의 초계파적 당 운영방침에 따라 계파모임을 자제해왔지만 국민의사에 반하는 엄청난 조직적 행위를 자행하며 민주계를 고사시키려는 세력과 결연히 싸워야 한다』고 결론.
▷공화계◁
공화계는 내각제 각서 유출파문의 수습문제에 대해 최소한 극한상황으로까지 사태가 치닫지 않을 것으로 전망.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연내 유보방침을 유지하는 선에서 수습의 가닥이 잡혀간다 해도 사실상 공론화는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믿고 있는 것.
이와 관련,김종필 최고위원은 이날 저녁 최각규 정책의장 김용환 의원 등 핵심측근들과 식사를 함께하고 사태수습에 대한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숙의. 이 자리에서는 김 정무장관의 청와대방문 등 변화상황에 대한 후속대응책과 함께 내각제의 연내공론화 유보라는 당초 방침의 토대에서 해결책이 찾아질 경우 이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기로 했다는 후문.
공화계는 그러나 김 대표의 비민주계 인사면담ㆍ당무거부에 대해 『당 대표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면서 『김 대표가 특정계파의 대표가 아닌 당의 대표라면 마땅히 당의 공식기구를 통해 수습방향을 잡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이유식ㆍ정진석 기자>이유식ㆍ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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