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흉흉한 집권당/조재용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흉흉한 집권당/조재용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0.30 00:00
0 0

민자당 당사가 요즘처럼 흉흉해 보인 적도 없는 것 같다. 내각제 합의각서 회오리가 집권세력 핵심부를 강타하고 있는 것은 보는 대로지만 방대하기 이를 데 없던 계선상의 일상 당무행위들이 마치 「호흡정지」 상태에 빠져버린 느낌이다.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이 당무집행을 거부한 가운데 열린 29일의 확대 당직자회의만 봐도 그렇다. 김 대표의 당무불참이 선언되면서 김 대표는 물론 민주계의 주요당직자들이 일제히 「예고없이」 회의에 나오지 않았다. 불참을 사전통고한 김 대표의 경우,전례대로 자리를 미리 치워놓았다는 설명이지만,나머지 민주계 당직자들의 자리에는 명패와 안건서류만이 덩그러니 놓인 채 이빠진 장면을 연출했다. 당내 서열에 따라 김종필 최고위원이 주재한 회의는 30분을 채 넘겼을까.

하긴 극단적으로 「존폐의 위기」로 표현될 수 있을 심각한 내분사태에 길게 할 얘기가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느끼고 있을 이런 사정을 감안해보면 민자당의 일상 당무활동에서 나타나는 무력증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자파의 고위당직자들이 「집단결석」의 시위를 하고나선 마당에 사무처의 실무요원들이 일손이 잡힐 리가 없을 것이다. 평소 각급 차원의 복잡한 상하회의체들이 사실상 기능마비상태에 빠질 우려까지 곁들여져 사무처는 어딜가나 무거운 공기로 싸여있다.

따지고 보면 당대표가 동원하는 문제 해결방식이 당무불참으로 나타나는 현상자체가 애당초 민자당의 이상구조를 웅변해 주고 있다. 걸핏하면 당무거부를 의사표시나 투쟁수단화하는 자세도 국민을 볼모로 삼는 정치행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비판의 대상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무처를 더욱 어색하게 만드는 것은 내전의 한가운데 당무의 실무총괄책임을 지고 있는 사무총장이 「핵심당직자」로 연루되어있다는 사실인 것 같다.

사의를 표명한 지 여러날 되도록 어정쩡한 「유고」 상태가 계속되는 것도 더 그렇다는 얘기들이다.

사무처 요원들에게 당무절차가 사실상 공동상태인 것도 이런 사정을 피부로 부딪치기 때문일 것이다. 당대표가 사무총장을 문전축객하는 희한한 장면이 등장하기까지 이르고 보면,당의 「불구상태」는 설명이 필요없다. 더 나아가 이런 사태를 보는 이들의 표정이 마치 「불구경」인 듯한 모습은 더더욱 보는 사람을 안쓰럽게 만들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