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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의 비경제/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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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의 비경제/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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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엄청난 규모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역협회가 조사해서 며칠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접적인 차량운행비 추가비용과 수송시간 지체에 따른 경제적 비용손실을 합하면 연간 10조원이 되고 지금같은 추세로 나갈 경우 앞으로 10년간 그 손실액이 2백66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교통문제가 날로 더 심각해져 가고 있고 체증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했던 것이지만 도로체증 하나만으로 연간 10조원의 손실이 생긴다는 것은 충격적인 조사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무역협회가 교통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10조원의 손실에 대해 어느정도 신뢰성을 주어야 할지 분별이 어렵기는 하지만 경부간 왕복에 20시간이 걸리고 경인간은 6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이야 잘못 조사될 수가 없는 현실일 것이다. 정상주행 10시간이 20시간으로 늘어나 두배의 시간을 허비하게 한다면 우선 연료비나 인건비만 따져봐도 비용이 엄청나게 추가될 것이라는 짐작이 쉽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적으로 계량화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이 얼마냐하는 것을 따져보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보다 급하고 더 중요한 것은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의 짜증과 피로,좌절감과 울분,무력감 같은 정신적인 피해이다. 출퇴근시간이면 열차처럼 줄을 이어 늘어서서 움직일 줄을 모르는 만원버스 속에서 손잡이에 매달려 늘어지는 몸을 가까스로 추스리고 서 있는 그 피곤한 사람들의 복잡한 심경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기 어려운 것이다.

길을 가득 메운 차량들의 매연과 소음,아수라장의 혼잡속에서 아침 저녁으로 보고 느끼게 되는 무정부상태 같은 혼돈과 무질서,낭비와 비능률은 바로 교통당국과 정부에 대한 원망과 불신을 낳게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질서의식와 공중도덕 향상심 같은 것들을 근원적으로 파괴시켜 버리는 해독을 끼치고 있다. 교통규칙을 지켜야 하는 준법정신 따위는 희극적인 것이라고 해야할 상황이고 사회인으로서의 공동체의식 같은 것도 매연에 따가운 인후처럼 아침 저녁으로 손상을 입게 되는 실정이다.

출퇴근하는 모든 시민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적 자질이라 할 수 있는 질서와 준법 양보 공중도덕의 훼손 마비를 아침 저녁으로 훈련받는 상황인 것이다. 연간 10조원의 경제적 손실은 이런 폐해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가벼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문제는 교통당국이 수습할 수 있는 단계는 벌써 지났다. 이제는 범정부적으로,더 나아가서는 전국가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경제가 아니라 민주사회의 기본질서를 세우고 틀을 갖추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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