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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지시」로 표면상 진화/민자당 수습국면 맞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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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지시」로 표면상 진화/민자당 수습국면 맞기까지

입력
1990.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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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회」 아닌 「유보」… 갈등 소지 잠복/노ㆍ김 면담서 구체적 시각조정 주목/문책 따른 당정개편 시기ㆍ폭 등 관심「합의각서」 파문의 걷잡을 수 없는 확산으로 창당 9개월 만에 최대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는 민자당은 노태우 대통령이 29일 하오 「개헌문제 연내불거론」과 「관련자 엄중문책」방침 등을 천명함으로써 새로운 수습국면을 맞고 있다.

합의각서 돌출 후 민정ㆍ공화계는 각서가 공개된 이상 내각제 개헌의 조기공론화를 은근히 추진해왔고 이에 앞서 김영삼 대표는 당무를 거부한 채 자신의 향후 거취 및 이번 사태와 관련,「중대결심」을 구상하는 등 급전직하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특히 김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면서 민자당은 「당무마비」 상태로 빠져 조속한 수습책이 나오지 않는 한 당의 진로를 찾기 어려운 형국을 맞게 된 것도 사실.

따라서 민정ㆍ공화계와 민주계가 정면충돌 직전의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날 하오 노 대통령이 김 대표의 핵심측근인 김동영 정무1장관을 불러 수습을 위한 구체적 지시를 내림으로써 확산일로의 당내 갈등은 외양상 진정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개헌문제 연내 불거론」의 당론을 재확인하면서 파문관련자의 엄중문책방침을 표명한 것은 김 대표로 하여금 당무에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개헌논의로 인한 계파간의 갈등을 진화,당 운영을 정상화시키는 한편 여야협상을 위한 당 전열정비의 뜻을 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내각제 개헌에 따른 당내의견 조정절차를 뒤로 미루고 정국정상화를 통해 당내 계파간 결속에 치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4개 지시사항 중 「세 최고위원이 합당 후 강령을 제정키 위해 개헌추진에 합의했다」며 처음으로 합의각서를 해명 겸 확인한 사실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일단 당내 갈등을 수습한 뒤 제반내외 여건이 성숙되면 개헌문제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것 같다.

사실 민정ㆍ공화계측은 「합의각서 유출」이 「개헌추진합의」와는 별개의 사안이며 각서가 사실로 공개된 이상 내각제 개헌은 당론으로 채택돼야 한다며 「선 수습 후 공론화 추진」 입장을 당지도부에게 요구해왔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4개 지침은 내부적으론 각 계파의 의견을 수용한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나 내각제 개헌에 대한 의중과 기본시각에는 변화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같은 4개 지침에 대해 민주계측은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는 표면적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김 대표가 어떻게 수용 또는 대응할지는 미지수이다.

김 대표는 일단 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수습의지의 표현으로 보고 금명간의 노 대통령과 단독요담을 통해 개헌에 대한 의중을 확인한 뒤 회동결과에 따라 당무복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청와대 면담이 이뤄지면 ▲개헌논의 중단 ▲각서유출 경위조사 ▲박준병 총장외에 유출에 가담한 인사색출 ▲당 기강확립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대표는 차제에 「개헌논의 유보」방침보다는 국민여론 및 야권의 부정적 시각을 들어 「개헌논의 포기」 쪽에 무게를 실을 것 같다.

김 대표의 측근들은 김 대표가 한때 「중대결심」을 구상한 사실과 관련,탈당ㆍ분당의 방법보다는 「투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듯이 여권 핵심부가 개헌 공론화를 추진할 경우 「내각제 합의」각서와는 별도로 내부투쟁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계측은 김 대표의 이같은 생각이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내각제 개헌에는 합의했지만 그것은 3당합당 당시의 「명분」과 「시점」을 고려한 것으로 민자당 출범 후의 국내정치 여건이 합당초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노 대통령과 김 대표도 수차 「국민이 원하지 않고 야당이 반대한다」면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누차 언명해왔으며 지금으로서는 내각제 개헌을 공론화 또는 추진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민주계는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내각제 개헌과 관련한 여권 핵심부의 「밀약」이 민정계의 실수로 유출되어 파문이 확산되면서 내각제개헌 추진에 대한 부정적 요인들이 한꺼번에 표출되었다는 점을 민주계는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연내 공론화가 어려운 이상 민정ㆍ공화계가 내년초에 내각제 개헌을 추진할 수도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민주계는 은근히 계산하고 있다

여권 핵심부는 합의각서 파문으로 당 내분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향후 중장기 정국구도 등을 감안,조만간 당정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노 대통령도 이날 유출관련자 인책방침을 표명함으로써 김 대표와의 면담을 전후해 사무총장 등 일부 고위당직의 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후임 사무총장에는 김윤환 총무가 TK 출신인 점을 감안,비TK 출신의 민정계 인사가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 총장의 후임자에는 오유방 이태섭 이자헌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민자당의 갈등은 표명상 진화국면을 맞게 됐지만 정기국회가 끝난 뒤 91년초부터 개헌의 공론화 움직임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지시」를 김 대표가 수용하고 당 운영이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개헌추진을 둘러싼 당내갈등은 여전히 잠복돼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노 대통령과 민정ㆍ공화계측이 개헌추진의지가 확고하며 여권 일각에서는 「연내 개헌논의 유보」와는 별개로 개헌추진에 대비한 은밀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데다 민주계측은 개헌추진 백지화를 성사시킨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자당 내분이 조기수습국면으로 급진전되더라도 개헌추진에 따란 당내갈등은 「겉불」만 진화된 채 내연될 전망이다.<조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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