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만사태와 관련,중동에 파견된 다국적군 중에는 프랑스의 외인부대도 참가하고 있다. 흔히 과거를 묻지 않고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고 해서 외인부대라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상하기 쉽지만 실은 「가장 위험한 해외현지」에 맨먼저 투입되는 게 외인부대다. ◆그 생활을 그린 프랑스 영화 1933년작 「외인부대」나 1924년작 「보제스트」 등은 50년대에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젊은이들이 외인부대원이 되어 사하라의 열사 위에 그들의 아팠던 기억들을 여러 가지의 극적 상황으로 그려가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어떤 환상을 주었을 수도 있다. ◆프랑스의 해외영토에서의 분쟁해결을 떠맡으면서 부대단위로 본국에 상륙하지 못하며 장교는 프랑스인만이 될 수 있는 등 제약도 많지만 그들은 소속부대를 「자신의 조국」으로 여긴다. 그것은 아마도 입대시에 프랑스에 대한 충성이 아닌 「부대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보기드문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난 5월 아프리카 가봉에서 지역분쟁이 생겼을 때 현지의 프랑스인 거주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코르시카에 주둔하고 있던 제2공수연대가 투입되어 소임을 다했다. 이번엔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 파견되어 대전차 미사일 발사연습까지 끝냈다고 한다. 이들의 대부분이 미군에 비해 나이도 많고 장비 등에서 덜 세련돼 보인다고 하지만 알제리가 프랑스령이었던 기간중 사막전에 익숙했던 부대들임을 또한 생각케 된다. ◆최근 미국 등 서방측이나 이라크측이 다같이 유연한 태도를 보여 페르시아만의 이른바 「일촉즉발」형 분위기는 크게 완화된 모양이다. 미사일을 쏘는 외인부대라면 이미 전성기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셈이고 또 현지 다국적군 중에선 거의 「외톨」격인 외인부대여서 어쩐지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든다. 페만 위기의 완화는 많은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전쟁이 없이 페만사태가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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