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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호 「최대 격랑」 넘을까/각서파문… 계파간 생존투쟁 치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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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호 「최대 격랑」 넘을까/각서파문… 계파간 생존투쟁 치달아

입력
1990.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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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변수 복잡… 노대통령 최대부담/「합거」지속 가능성 대권향배 맞물려/김 대표의 선택에 관심집중민자당 수뇌부가 내각제 개헌추진에 합의하고 서명까지 한 합의문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파생한 「합의각서」 파문이 가뜩이나 침체되어 있는 정국에 결정타를 가하고 있다. 합의각서는 여권의 지도자들이 밀실에서 국가의 권력구조 문제를 은밀히 논의했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정부와 민자당의 정체성에까지 격심한 손상을 입히고 있다. 특히 3계파간의 세다툼과 개헌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으로 합당 이후 단 한 차례도 영일이 없었던 민자당은 각서의 회오리에 휩싸여 사태의 조기수습을 위한 처방조차 내어놓지 못하고 있는 등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합의각서 파문은 3당합당의 명분을 근원부터 흔들면서 당의 분열이냐,지속이냐를 택일케 하는 한편 여권 수뇌부가 추진키로 한 내각제 개헌을 공중분해시킬 정도. 또 합당 이후 계속 미로를 헤매던 민자당 차기대권주자의 윤곽까지 더욱 흩뜨리고 있다. 민자당은 합의각서 파동으로 폭발 직전까지 도달해 있는 것이다.

○합당의 허실

현재 민자당이 노정하고 있는 계파갈등은 저급한 감정싸움으로까지 악화돼 있다. 창당 이래 겪은 몇 차례의 대소문제가 합의각서설 파문으로 하여 피차 물러설 수 없는 계파생존의 막다른 골목으로까지 서로를 몰아넣은 양상이다.

당내 분열상은 분규의 공방과정에서 자체적으로 확대재생산된 측면도 다분히 있겠지만,합당자체에 내재된 구조적 취약점에서 생성돼왔다고 해야할 것이다. 합당이 이질적인 세력간의 결합이었던 데다가,이를 보전하기 위해 마련된 권력배분 장치가 내부설득에 실패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내각제문제를 둘러싼 계파의 이해대립도 이같은 이질성으로부터 생존원칙을 서로 달리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과 민주계가 「국민과 야당이 반대」라는 고리로 민정ㆍ공화계에 「대항」을 계속하는 양상이 최악의 사태까지 이를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로부터 비롯된다 할 수 있다. 뒤집어 민정ㆍ공화계의 외압 역시 쉽사리 거두어지리라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같은 대치는 합당의 궁극적인 전제가 권력의 안전한 퇴임 및 승계라는 점에서 보면 일정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음도 사실이다. 여야 합작이라는 이질세력의 결합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이같은 상호필요의 충족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공동의 이해관계가 쉽사리 파기될 성질이 될 수 없는 사정을 역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주목을 받고있는 김 대표와 민주계로서는 합당의 「사전 보장」을 포기하고 나설 위치일 수도 있지만,이들은 야당으로 재변신하기에는 그 자격성에 이미 결함을 지니고 있음을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이에 더해 당외의 야권질서가 민주계를 받아들여 재편성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잘알고 있다. 따라서 민주계의 활로는 당내에서 더욱 치열하게 모색될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한편으로 민정ㆍ공화계가 노태우 대통령의 안전퇴임을 담보로 민자당의 현상변경을 시도하기도 어렵다고 본다면 이번 파문이 갖고온 갈등의 해결 여부와는 별개로 「합거」의 조건은 지속될 것으로 볼 수 있다.<조재용 기자>

○개헌의 향방

내각제개헌 추진을 합의한 각서가 공개됨으로써 개헌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여권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야당과 국민의 반발을 돌파하여 개헌을 밀고나갈 건지,또 이를 위한 당의 총력전 체제는 갖춰질 수 있을 것인지 등의 물음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민자당의 현재입장은 ▲내각제가 우리 정치현실에 적합한 제도라는 공동인식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는 개헌강행 불가 ▲현시점에서의 국민적 감정은 부정적 ▲내년초 공론화라는 4개의 조건 위에서 출발한다.

문제는 이 조건중 어느 부분을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당내 계파간,또는 당 수뇌부의 계산과 입장이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산의 차이는 최근 내각제 합의각서가 폭로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는 게 사실. 특히 지금껏 김종필 박태준 최고위원 등이 김 대표의 약속파기 움직임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왔다면 이번 경우 김 대표가 『공개되지 않아야할 각서가 유출된 것은 정치지도자의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는 역공을 취하고 나서 더욱 복잡한 형국이 되고있다.

때문에 김 대표가 앞으로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주목되는데 정가관측통들의 일반적 진단은 『밀실에서의 합의각서로 인해 국민들이 3당통합이 영구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심증을 더욱 굳히게 돼 개헌가능성은 더욱 좁혀졌다』는 것.

반면 민정계 등은 『내각제가 당 존립의 토대였음이 밝혀진 이상 당의 구조적 갈등을 덮어둘 게 아니라 공당으로서 의연히 내각제를 밀고나갈 시점』이라며 개헌일정 및 안 마련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김 대표가 보다 분명히 내각제 선호입장을 밝혀준다면 개헌의 틈은 항상 열려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된 또하나 중요한 논점은 『개헌에 따른 최대부담은 노 대통령에게 귀속된다』는 것. 국가관리의 최대책임을 지고 있는 노 대통령이 결국 개헌의 당위성과 현실성을 저울질,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노 대통령의 내각제 선호는 분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민여론을 검증해가며 내각제 작업을 진행해 갈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지만 정권차원에서 보면 추진이 곧 강행 또는 관철을 의미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이유식 기자>

○대권의 운명

내각제 개헌의 가능성 여부와 맞물려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대목이 차기대권.

합의각서의 실체가 드러난 이상 김 대표가 내각제 개헌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대야 및 대국민 설득작업에 나선다면 개헌 후 김 대표에게 「우선권」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민정계측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3당통합 직후 3대계파간에도 묵시적인 「인식」이 교감돼온 것. 최근 노 대통령이 김 대표와의 독대에서 「개헌동참=사후보장」을 언급한 것이나 민정계측이 그동안 간헐적으로 「차기총재 경선」을 흘린 대목도 뒤집어보면 같은 맥락이다. 즉 3대계파가 개헌을 추진할 경우 내각제정부에서 초대수상은 김 대표에게 맡긴다는 것이 통합 당시의 대권구도였다.

그러나 김 대표가 국민여론과 야권의 반대를 명분으로 삼아 끝내 개헌을 반대하거나 대오 이탈 등을 하게 된다면 향후 대권구도는 몇 가지의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첫째는 민주계를 배제한 뒤 민정ㆍ공화계가 평민당과 연정형태를 취해 김대중 평민당 총재에게 권력의 일정지분을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는 김 대표와 야권이 내각제 개헌에 반대할 경우 결국 현행 대통령직선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여권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중정치인이 별로 없어 고심에 빠지게 될 것이다.

셋째로 여권핵심부는 차선책으로 대통령직선제 전제 아래 대통령후보의 자유경선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민정계가 누구를 내세울지가 주목되며 두 김 최고위원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하나의 변수. 또한 향후 대권에 만만치 않은 야심을 갖고 있는 민정계 중진들과 여권내에서 세력을 다져온 박철언 의원의 행보도 관심거리. 만약 경선제가 실시된다면 계파간 몫 할당의 차원에서 부통령제 도입도 검토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조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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