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총장 “당무 바빴다” 김 대표에 사본 안전해/“최근에야 청와대에 보고”… 여 생리상 의혹/김 대표 「완벽보안」 믿고 합의사실 계속 부인민자당 수뇌부의 내각제 합의각서 파문은 무엇보다 정치 지도자들의 도덕성과 신뢰성에 큰 의문을 던졌지만 이와 별도로 각서유출 경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박준병 사무총장은 27일 나름의 경위를 밝혔으나 박 총장의 부주의 탓만으로 돌리기엔 사안의 중요성이 너무 크고 그의 설명중에도 석연찮은 대목이 적잖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치지도자간 밀실합의 문건이 공개된 것을 단순한 「유실사고」로 보기엔 의문이 많다는 것이며 심지어는 「우연을 가장한 계산된 포석」이란 얘기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이날 박 총장의 설명과 주변의 얘기를 엮어보면. 5월9일 전당대회에서 지도체제정비를 앞두고 합당전제인 내각제 개헌문제를 분명히 해둘 필요에 따라 당시 노태우ㆍ김영삼ㆍ김종필 최고위원은 5월6일 연기명으로 서명된 1장의 합의문을 작성했다. 문안초안은 노재봉 비서실장 등이 마련하고 먼저 두 김 최고위원의 자필서명을 박 총장이 직접받은 뒤 청와대로 전달,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서명해 보관해왔다. 당시 김 대표는 문서형태의 합의엔 다소 소극적 입장을 취했다는 후문도 있다.
청와대는 이어 보관중이던 「정본」에서 두 장의 사본을 떠 「비」자 도장을 찍고 「정무수석 배상」이라 적은 뒤 박 총장을 통해 두 김 최고위원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친피」라고 표시된 사본 봉투를 받은 박 총장은 당시 김동영 총무와 김용환 의장을 통해 두 김 최고위원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바쁜 사정으로 김 총무를 만나지 못해 김 대표 것을 당사 사무실에 보관해 오던 중 분실됐음을 발견한 것.
유출을 확인한 박 총장은 여러 경로로 은밀히 경위를 조사하던 중 며칠 만인 6월초 겉봉이 훼손된 채 사본이 본래 있던 위치로 되돌아왔다. 「비」자 위에 스카치테이프로 봉해졌던 봉투가 뜯어진 흔적을 남긴 채 돌아오자 박 총장은 경위를 먼저 확인키 위해 김 대표에게 전달도,보고도 못하고 지내오다 최근 일부 신문에 사본사진이 보도되자 지난 26일 처음 김 대표에게 그간의 사정을 알렸다는 것이다. 박 총장은 청와대에도 각서 유출사고를 최근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 대표는 지금껏 정본 1부만이 청와대에 극비로 보관돼 있다고 생각해왔으며 「완벽보안」을 전제로 각서설이 나올 때마다 이를 부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합당작업에 관여한 민주계의 김동영ㆍ황병태 의원도 최근까지 각서 사본의 실재를 알지 못했는데 황 의원의 경우 각서를 확인한 시점은 지난 23일 박철언ㆍ김용환 의원과 골프를 함께한 직후. 그날 김 의원은 황 의원에게 『합의각서까지 서명해 놓고 민주계가 이중인격적 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따지며 『지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면서 골프 후 의원회관에 보관중인 각서를 보여준 것. 이때 박 의원은 이미 각서의 실재를 알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을 인정한다 해도 박 총장이 각서 유출을 확인한 즉시 청와대와 김 대표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키 어렵다는 것. 때문에 김 대표측은 『당초 김 대표에게 전달될 사본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라며 은근히 당내 특정세력이 이번 사건에 관련되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하고 있다.
또한 세 사람만의 극비문서를 청와대 최고위원회동 때 직접 전달하지 않았느냐는 의문과 함께 박 총장이 청와대측에까지 분실보고를 안했다는 점도 쉽게 수긍이 안가는 대목. 이와 함께 분실시점을 전후해 일부 언론에 각서설과 내용전문이 게재된 적이 있는데 3개월이 지난 이 시점까지 아무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았던 부분은 여권생리상 앞뒤가 안맞는다는 얘기도 있다.<이유식 기자>이유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