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밀실성ㆍ비도덕성에 공세/당장 「등원협상에 걸림돌」 신경평민ㆍ민주당 등 야권은 민자당 수뇌부의 내각제 합의각서에 대해 3당합당 때부터 취해온 도덕성 공세를 재연시키면서도 파문이 지자제협상과 등원문제에 미칠 부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평민당의 경우 각서 파문이 지자제에 모아진 정국의 초점을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가뜩이나 뒤뚱거리고 있는 등원협상이 더욱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리고 지자제협상이 수포로 돌아가고 등원이 어렵게 될 경우 여권과의 결전의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각오도 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은 이러한 속사정과 관계없이 일단 각서파문이 함축하고 있는 3당합당의 밀실성과 비도덕성에 대해서는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평민당은 특수관계에 있는 김영삼 민자당 대표에 대해서는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하고 있다.
『김 대표가 그동안 내각제에 대해 해온 얘기가 전부 거짓아니었느냐』하는 지적은 곧바로 평민당이 3당합당을 「밀실야합」이라고 한 비난에 이어지고 있다. 또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노태우 대통령이 공론화작업도 진행되기 전에 어떻게 해서 국가권력 구조에 대한 밀실담합을 할 수 있느냐는 비난도 무성하다.
평민당의 한 중진은 『일국의 대통령이 다른 문제도 아닌 개헌문제를 가지고 비밀각서를 주고받을 수 있느냐』면서 『이 하나만 봐도 현정권이 얼마나 부도덕한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각서를 정권차원의 비도덕성에 연계시키고 있다.
또다른 의원은 『구국차원에서 3당합당을 했다는 얘기가 전부 허구였음이 폭로되었지 않았느냐』면서 『이런 상대들과 함께 지자제를 협상하고 등원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평민당은 이와 함께 민자당이 각서유출부분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출은 하나의 돌발사건이지만 보다더 중요한 것은 각서가 지니고 있는 짙은 음모성이라는 것이다. 민자당은 이미 5개월 전에 내각제 연내추진을 결정해놓고도 『야당과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무리한 개헌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되풀이하는 등 이중행동을 해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결국은 내각제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해지고 있다.
지금 당장은 각서 파문으로 주춤하겠지만 후유증이 진정되면 내각제 추진을 본격화할 것이고 건곤일척의 대회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다. 평민당은 단식정국에서부터 협상의 하중을 지자제에 집중시키기 위해 내각제개헌 포기선언 요구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권 수뇌부가 되풀이해온 「국민과 야당이 반대할 경우 지자제를 강행치 않는다」라는 입장을 공식확인해주면 된다』고 상대적 신축성을 보였던 것도 사실.
그리고 김 민자 대표가 지난 11일 단식중인 김대중 총재를 방문했을 때도 김 대표는 김 총재에게 내각제 개헌반대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피력하며 내각제개헌 포기선언을 쟁점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요청했다는 게 평민당내의 정설로 돼 있다. 따라서 평민당내에서는 한때 등원협상 과정에서 내각제 개헌포기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까지 있었다. 그러나 각서 파문 때문에 평민당은 내각제 개헌에 대해서도 지자제 이상으로 강력한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평민당내에서는 각서 파문을 애써 민자당 내부문제로 치부하며 지자제와 등원문제를 별도로 하여 대여협상을 계속해야 한다는 견해가 없는 것도 아니다. 김영배 총무는 『앞으로 민자당이 내각제를 추진하려 한다면 대화가 중단될 수밖에 없지만 지금 단계에 대화를 단절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제와 등원이 협상으로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희박한 것은 틀림없다.
야권중 각서 파문에 대해 가장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민주당. 민주당은 평민당이 등원 쪽으로 기울면서 야권통합협상의 결렬조짐이 뚜렷해지자 진로 선택에 고심해 왔던 게 사실. 각서 파문이 일자 곧바로 이를 계기삼아 정권차원의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서슴없이 펴고 있다.
장석화 대변인은 『평민당의 정국정상화 4개항 자체가 무리였음이 판명됐다』면서 『이제 나아갈 길은 범민주세력이 연대해 정권퇴진 투쟁에 나서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민주당이 아직도 평민당에 대해 지니고 있는 내각제 수용가능성에 대한 의혹의 시선도 깔려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야권 전체는 각서 파문이 더 확산돼 민자당이 자체분열단계에까지 갈 경우 정계의 전반적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에 유념하고 있다. 특히 평민당의 경우 민자당의 민주계 일부 의원들로부터 이탈조짐이 있고 이 움직임이 민주당 및 평민당 서명파 의원들의 통합주장과 맞물릴 가능성도 있음에 관심을 기울이는 측면도 있다.
이처럼 각서 파문은 협상에 의한 정상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가 싶던 정국을 가뜩이나 뒤틀어 버렸고 야권 역시 이에 상응한 궤도수정을 서두를 수밖에 없게 됐다.<이병규 기자>이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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