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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헌병의 도심순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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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헌병의 도심순찰(사설)

입력
1990.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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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부터 M16으로 무장한 헌병병력이 서울 등 6개 도시에서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야당과 일부 여론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경찰활동을 측면 지원한다고는 하나,오히려 시민들을 위축시키고 불안감을 주는 결과를 빚고 있으며,계엄 아래서나 있을 법한 군의 이같은 치안개입은 민주적 사회발전환경을 저해하는 것이라면서 「순찰」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이에 대해 군당국은 군기순찰을 강화시킨 것은 휴가ㆍ외출ㆍ외박ㆍ출장중인 장병이나 출ㆍ퇴근 장병들이 범죄에 관련되지 않도록 범죄예방 차원에서 취해진 것이라고 해명하고 군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역과 버스터미널ㆍ유흥가 등 범죄취약지구를 상대로 야간조기순찰을 강화한 것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오래 전부터 「분위기 치안」이라는 말이 자리잡고 있다. 무질서가 심해지고 범죄가 폭발적으로 발생할 때 경찰이 거국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각종 매스컴을 통해 범죄예방과 시민협조를 호소하고,검찰이 경찰의 방범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등 전체사회가 총력태세로 나가면 치안상태가 단기간에 좋아지는 경험에 비추어 생긴 조어이다.

때문에 군당국이 이번에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특수상황에서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공적인 범죄의 소탕과 예방을 돕기 위해 적법절차내에서 「분위기 치안」에 동참하게 된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보며,그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군 수뇌부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오늘날 정치가 혼미해 사회불안이 가중되어가고 있고 대북 교섭시기라는 어려운 고빗길에서 사회안정이 곧 체제안정이라는 등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총력체제의 발상 그 자체는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경찰력만으로도 국면을 장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평상시국 수준의 현상황에서 군병력까지 투입하는 문제는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나 후유증도 있음을 간과할 수가 없을 것이다.

먼저 군당국은 민간인에 대한 검문검색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행범이 있을 경우 시민정신에 따라 체포해 경찰에 넘기겠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무기를 지닌 복수의 범인들과 맞부딪쳤을 때 예상되는 무력충돌과 그로 인해 발생 가능한 살상,또 주위에 있던 무고한 시민의 피해 등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벌어졌을 때 결과는 당초의 의도와 반대일 수도 있을 것이다.

군에 대한 국민신뢰가 보안사 사찰 등으로 손상돼 있음을 상기해볼 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갖는 경우도 가정해볼 수 있는 것이며,군 투입의 의도를 정치적으로 확대해석하거나 오해할 수 있는 소지도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하겠다.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민심을 수습하려는 데 있다. 8백여명 남짓의 헌병을 투입하는 것이 민생치안에 커다란 기여를 할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볼 때 그 역기능이 더 커보인다면 민심안정에 누를 끼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말이 된다. 군당국의 재고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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