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투쟁 옮기기에도 여건 미흡 고민/당분간 당 결속ㆍ보선 압승 몰두 전략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단식 중단과 여야총무회담의 재개로 금방 풀릴 것 같은 대치 정국이 또 한차례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평민당의 조기등원분위기도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영광ㆍ함평 보궐선거 이후로 이월될 전망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김 총재가 단식을 중단할 때만 해도 당내의 주된 기류는 『야당도 파행국회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시인」과 함께 『총무회담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달중엔 등원하게 될 것』이란 「낙관적인 예상」이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22일 김영배 총무가 김윤환 민자당 총무를 만난 뒤 『지자제와 관련,기초단체의 경우 「정당표시제」 정도까진 양보할 수 있다』면서 『자치단체장 선거시기도 14대 총선과 동시에 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 「곧 등원할 것」이란 예상이 충분히 가능했던 것이다.
또 내각제 개헌문제에 대해서도 「야당과 국민이 반대하면 강행하지 않겠다」는 민자당측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어주자는 쪽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4차례의 총무회담이 아직까지 이렇다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청와대 4자회담이 기초자치단체의 정당공천제 허용불가를 못박은 데 이어 내각제 추진의 뉘앙스가 짙게 풍기는 내각제 연내 유보의 발표가 있자 평민당은 의혹의 눈초리를 떨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4자회담 내용발표 직후 김 총무는 『자신들의 협상대표가 합의해준 사실까지 무효화시키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없다』면서 『당내에서 다시 협상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당초 「총무회담→지자제 합의→국회정상화」의 수순을 밟으려는 정국정상화 복안이 이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해 당 내부의 사정마저 힘겨운 쪽으로 돌고 있다. 이의 주요인은 영광ㆍ함평 보선과 야권통합 결렬 후유증.
단순한 요식행위정도로 인식했던 영광보선은 김 총재가 영남인사를 공천함으로써 사실상의 「김 총재 신임투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어 총력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평민당도 이같은 점을 인식,중앙당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반을 이미 파견했으며 김 총재 스스로도 3∼4차례의 현장지원을 계획하고 있어 투표일인 내달 9일까지는 당전체가 보선에 묶여있어야 할 형편이다.
그런가 하면 야권통합 결렬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등원분위기가 한창 고조됐던 지난 23일 정대철ㆍ김종완ㆍ이상수 의원 등 당내 서명파 의원들은 당무회의에서 통합문제를 정식 제기,『당론에 반하는 논의라도 허용해야 하며 등원에 앞서 통합문제를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등원문제에 있어 「독자적인 행동」을 할 것임을 암시하기까지 했다.
그러자 평민당은 그동안 거의 사장되다시피했던 당내 통합추진위원회를 열어 이들의 주장을 정식 안건으로 접수한 뒤 『계속 논의한다』는 선에서 무마하려 들었다.
통합파들은 청와대 4자회담을 고비로 등원협상이 뚜렷한 난항 기미를 보이자 야권통합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면서 민주당내 통합파 의원들과 연대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평민당의 이러한 안팎 사정은 당분간 내부 단결쪽에 신경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란 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영수회담이란 마지막 카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대여협상은 실현가능성을 어둡게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평민당 의원들이 단식을 풀면서 선언한 「제2의 투쟁」을 감행하기엔 여러 가지 여건이 유리하게 설정돼 있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김태식 대변인도 26일의 『단식의 성과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음 투쟁단계로 옮겨갈 시기는 아니다』고 어려움을 말했다.
따라서 당분간은 당내 결속을 다지면서 영광보선에서 압승,김 총재의 위상을 한껏 올려놓은 다음 제2의 대여협상에 임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김윤환 민자당 총무가 26일 『국회정상화는 보선 이후인 내달 10일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한 점이 그동안 총무접촉의 유일한 성과라고 지적되고 있는 형편이다.<정병진 기자>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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