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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혼수기준 절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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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혼수기준 절실(사설)

입력
1990.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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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혼수의 악습이 날이 갈수록 결혼의 진실을 흐려 놓는다. 혼사를 앞둔 가정은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있으면 있는 대로,없으면 없는 대로,체면 치레를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경사를 치르고 나서도 뒤탈이 나는 경우가 흔하다.분수에 넘는 혼수 장만이 사회적 병폐임을 뻔히 알면서도 막상 닥치면 절도와 한계를 넘는다. 양쪽 집안이 은근히 눈치를 살피면서 과시성 차림을 경쟁적으로 벌이는 것이다.

혼수가 문제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초엔 졸부근성의 소치라는 호된 비난을 받았지만,이상 풍조는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며 만연하고 있다. 피해는 신부쪽이 으레 더 심한 형편이다. 혼수품목을 조목조목 통고해 온다거나,결혼 후에도 혼수 때문에 구박을 받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신혼여행중에 대뜸 싸움판을 연출한다거나 이혼에까지 이를 지경이면 할 말이 없어진다.

누구나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절실한데,악습이 억제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황금과 물질만능의 사고와 불필요한 과시욕 탓이다. 아울러 젊은이들의 머리엔 새롭게 시작한다는 벅찬 결의보다 처음부터 편하고 쉽게 살자는 인식이 박혀 있는 탓도 지적해 마땅하다.

결혼철이 되면 호화혼수 문제는 어김없이 사회적 논란거리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때 뿐이다. 사회단체에서 캠페인도 벌이고 한동안 떠들썩하다간 그만 주저앉아 버린다. 이 정도의 움직임은 아무리 반복되어도 효험이 없게 마련이다. 구호쯤은 우습게 여겨서 호사심리는 기세를 더 부릴 뿐이기 때문이다.

악폐를 물리칠 방법은 결혼에 대한 의식을 바꾸고 올바른 결혼관을 확립하는 수밖에 없다. 혼수의 의미가 본디 정표이며 새로 만나는 집안끼리의 예의라는 것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만 받아들이면 소박한 것이 저절로 당연하다.

혼수가 행복의 척도라는 물질적 가치관은 수치로 여겨 마땅한 일이다. 바리바리 싣고 가야 잘살고 그렇지 못하면 주눅이 드는 풍토를 이상으로 보아야지 정상으로 보면 그것은 이미 병적인 현상이다.

건전한 결혼풍토를 유도하기 위해선 의식의 전환과 함께 사회적으로 제동을 거는 분위기의 확산도 시급하다. 검소한 혼수마련을 전제로 주례를 맡는다는 사회 일각의 움직임은 매우 반가운 현상이라 하겠다.

또한 합리적인 혼례기준을 만들어 생활 속에 정착시키는 일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경사 뒤에 잔뜩 빚을 짊어지는 사회적 모순은 시급히 시정되어 마땅하다.

가정이 건전해야 사회가 건강하듯,건전한 혼례풍습이 건강한 가정의 모태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호화혼수는 수치와 낭비이며 결혼의 참뜻을 황금화하는 병폐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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