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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총리의 소회/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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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총리의 소회/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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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훈 국무총리가 평양에서 북의 누이동생을 상봉했다는 사실이 남북통일 축구취재차 서울에 온 북측기자 입을 통해 처음 흘러나옴으로써 적잖은 국민들은 개운찮은 느낌을 받았다.강 총리의 북한체류 동정이 우리측 보도진의 눈길을 벗어날 수 있었던 「사연」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 왜 정부가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듯한 인상을 남겼는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23일 저녁 강 총리가 2차 남북고위급회담의 수행원ㆍ보도진을 위해 마련한 만찬장에서 상봉경위와 소회를 털어놓은 그의 표정이 다소 무거웠던 것도 이같은 의구심을 의식했던 탓이었으리라. 그러나 그의 착잡한 해명을 듣노라면 결론적으로 의구심에 앞서 당연시돼야 할 북녘의 혈육상봉마저 앞뒤를 잴 수밖에 없는 오늘의 남북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강 총리의 설명은 이렇다. 우선 평양회담을 위한 두차례의 남북연락관 접촉에서 북측은 강 총리 등 회담대표단의 가족상봉을 주선하겠다는 강력한 「요청」을 해왔다.

이에 강 총리는 『1천만 이산가족의 재회를 실현시켜야 할 회담대표만 가족을 먼저 만날 수 없다』고 거절,남북 양측은 이 문제를 재론않기로 합의했고 강 총리는 수행보도진에게 이에 대한 사전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북측은 우리 대표단의 평양도착 직후부터 누이상봉을 거듭 요청했고 자칫 인도적 차원의 역선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강 총리는 『회담 중에는 그럴 수 없으며 회담 후에나 두고 보자』는 식으로 피해나갔다.

북측은 회담이 끝난 19일 새벽 급기야 강 총리 숙소에 가족들을 데려다 놓고 상봉을 「요청」,강 총리는 『끝내 안만날 경우 오히려 「비인도적」 운운할 선전전에 말려 잃는 것이 더욱 많을 것 같아 결국 승낙케 됐다』는 얘기다.

강 총리의 가족상봉은 정부내에서는 「공지」의 사실로 『대표단의 잔무정리가 끝나는 대로 발표할 생각이었는데…』라며 자신으로 인해 회담대표단 활동에 어떤 「오해」가 생긴 것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결과적으로 발표시점을 놓쳐 다소의 물의를 빚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또 북측이 약속을 깨고 사실을 슬그머니 흘려 우리 대표단의 입지를 흔들리게 하려했다는 흔적은 더욱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일이 던진 교훈은 강 총리가 『네살 아래인 누이동생이 열살쯤 늙어 보여 서글픔마저 들더라』고 토로한 데서 보듯 정이 한이 되어 쌓여가는 1천만 이산가족의 아픔을 새롭게 되새기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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