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사 이전기피ㆍ기술종속문제 해결”/자동차엔진ㆍ카메라렌즈등 의뢰급증/현지 연구법인도… 일부선 국내기관활동 위축 우려선진국기업들의 기술이전 기피로 첨단분야의 신기술확보에 큰 애로를 겪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선진국의 전문연구기관이나 벤처기업에 연구개발용역을 주거나 퇴직기술자를 채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기술확보에 나서고 있다.
취약한 기술개발능력 때문에 비싼 로열티를 주며 도입기술에 의존해 왔던 기업들이 이처럼 직접 외국전문기관에 투자를 해 기술개발을 의뢰하는 것은 같은 업종의 외국기업들이 기술이전을 기피하고 있는데다 장기적으로 이 방법이 기술도입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술제휴계약에 의해 기술을 도입할 경우 장기간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함은 물론 기술제공자측이 제시하는 까다로운 조건때문에 시장개척에 여러가지 제한을 받게 되어 수출확대에 한계가 있고 제공자측의 기술수준을 극복하기 어려워 기술종속관계가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는 것. 그러나 직접 연구개발용역을 줄 경우 단기적으로 목돈이 들어가긴 하지만 개발결과에 대한 특허나 기술등을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자기소유화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들뿐만 아니라 용역으로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연구개발능력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 일본의 산업계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상대로 부상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펴고 기술이전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자 기업들은 이같은 형태의 연구개발용역을 앞다투어 주고 있고,일부 자금력이 있는 기업들은 개발능력은 있으나 자금이 없어 고전하는 해외의 벤처기업이나 연구기관을 아예 인수,연구개발을 전담케 하기도 한다.
연구개발용역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자동차와 전자등 경쟁력향상이 시급한 분야인데 최근에는 섬유ㆍ신소재ㆍ식료품 등 다른 업종으로까지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GM과의 합작관계로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제한을 받아왔던 대우자동차는 처음으로 고유모델로 생산하기 시작한 에스페로개발과정에서 엔진에서부터 브레이크시스템등 핵심분야에서 영국ㆍ독일 등지의 전문연구기관에 개발용역을 주어 고급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내년 1월께 에스페로에 탑재할 예정인 DOHC엔진도 영국의 세계적인 엔진개발전문업체인 로터스사에 개발을 의뢰,현재 마무리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니로부터 고유모델을 내놓아 우리나라 자동차공업의 선두주자로 성장한 현대자동차도 개발초기에 기술제휴와 함께 용역개발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독자적인 기술확보에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87년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에 연구법인 HATCI를 설립,현지 연구진을 확보해 배기가스ㆍ안전도ㆍ브레이크시스템관련 기술개발과 정보수집을 해왔다.
일본의 마쓰다로부터 기술을 제공받아온 기아자동차는 도입기술에 의존해서는 고유모델생산과 수출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지난 88년부터 외국의 전문연구기관에 개발용역을 주기 시작했는데 독자적인 엔진생산을 위해 독일의 AVL사,영국의 리카르도사 등에 엔진설계ㆍ개발ㆍ시험 등을 의뢰하는등 현재 수십가지의 개발프로젝트를 의뢰해 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일본 업체의 견제가 심해지자 VTRㆍ캠코더ㆍHDTV 등의 분야에서 외국전문연구기관에 개발용역을 주는 한편 외국의 벤처기업을 인수하거나 설립,자체연구기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레라에 있는 컴퓨터 및 정보통신전문 벤처기업인 마이크로파이버사를 인수,정보통신연구소로 운영하고 있으며 뉴저지에는 가전부문의 연구생산법인 SEA사를 설립,신제품개발의 산실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도로 일본ㆍ미국 등지의 퇴직기술자를 초빙 또는 채용해 기술지도를 받고 있다.
금성사도 용역에 의한 기술개발이 기술도입때보다 오히려 비용이 덜 드는 것으로 판명되자 2∼3년전부터 신세품개발에 필수적인 핵심기술의 개발을 의뢰하고 있다. 금성사의 경우 디지틀피아노의 음색감정기술,카메라용 줌렌즈생산기술등 지난해 15건을 용역준 것을 비롯,올해도 20여건의 기술개발을 의뢰해 놓고 있다.
한편 기업들의 이같은 외국전문기관을 상대로 한 용역개발붐에 대해 국내연구기관들은 빠른 시일내 선진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긍을 하면서도 기업들이 국내연구기관의 개발능력을 경시,국내연구기관의 개발능력향상을 지연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외국기업에 의한 용역개발이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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