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주가급등과 「떼」심리/곽수일 서울대 경영대 교수(경제진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주가급등과 「떼」심리/곽수일 서울대 경영대 교수(경제진단)

입력
1990.10.25 00:00
0 0

◎왜곡된 증시구조의 건전화를 위하여이번 노벨경제학상은 기업의 재무이론을 중심으로 증권시장을 분석하는 모형을 개발한 3인의 미국교수가 수상하였다. 이들은 순수이론이라기 보다는 현실의 증권시장론에 대하여 전공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우리 증권시장의 변화를 한번 설명하여 보라고 하면 아마 난색을 표명할 것이다. 이는 우리의 증권시장이 이론이나 투자모형을 가지고 설명하기에는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며칠 사이에 우리 증권시장의 변화만 보더라도 추석 이후 갑자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하더니 열흘 사이에 지수가 1백50 이상이 올랐다. 그렇다고 지난 며칠전과 오늘 사이에 경제적으로 무슨 큰 발전이 있었는가 하면 그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년도 경제전망을 보면 금년보다 나쁘면 나쁘지 좋을 것이 없다. 중동사태는 아직 미해결상태로서 원유가의 전망은 불투명하고,미국경제가 침체에 가까운 상황에 돌입함에 따라 수출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즉 내년도 무역수지는 금년보다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경제성장도 금년보다 낮은 6%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내년초에는 공공요금의 인상으로 자칫 두자리숫자의 물가상승이 우려되고 있고,이로 인한 추가적인 임금인상은 국제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와중에서 기업의 이윤이 내년에 월등히 좋아질 것이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주가는 뛰고 있다. 지난 며칠 사이에 증권안정기금이 개입한 것도 아니다. 이러한 주가의 급등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 것인가? 이를 설명하는 유일한 변수는 투자가들의 심리적 변화로 밖에 볼 수 없다. 즉 투자가들 전체가 하나의 「떼」나 「무리」를 지어 본능적으로 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이는 증권투자가들이 증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를 신뢰하거나 어떤 합리적 기준에 의해 행동한다기 보다는 다른 투자가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케인즈는 『증권투자가로서 최고의 전문가는 보통사람들이 보통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생각해 내는데 모든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떼」심리 행태의 전형적인 것이 오늘의 우리 증권시장으로서 우리 투자가들의 행동양식은 어떤 합리적 분석이나 기준에 의하여 좌우되기 보다는 비합리적 측면이 강하고 다른 사람의 행동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그래서 증권가격이 내릴때 사기보다는 방관하고 반대로 가격이 오를때 팔기보다는 기다리고 있다가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지거나 오르면 「떼」를 지어 행동을 취하게 되어,주가의 등락폭을 더 크게 한다.

이와 같이 투자가들의 움직임을 「떼」심리로 분석할때 앞으로 증권시장의 발전을 위하여 다음 몇가지를 논할 수 있겠다. 첫째는 증권시장의 움직임이 「떼」의 본능에 의하여 좌우될때 정부당국의 부양책은 거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 연말에 정부당국은 증권시장 부양을 위하여 거의 3조원에 가까운 돈을 투입하였으나 별 효과도 없었고,이러한 조치는 증권시장을 부양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증권투자가들 마음에 증권시장이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 심리만 가중시켜 증권시장을 오랫동안 침체시킨 요인의 하나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 당국에서는 앞으로 증권정책에서 어떤 새로운 제약이나 통제를 가하기 보다는 단지 증권시장에서 투자가들간에 공정한 거래가 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둘째로 증권관계기관의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과거와 같이 부실기업의 공개를 서슴없이 주선하여 주고,물타기 뻥튀기기 등이 성행될 때에 투자가들의 심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위축될 것이다.

더욱이 증권시장에서 가장 금물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자거래가 증권회사나 거래소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을때 투자가에게는 본능적으로 시장을 멀리하고 떠나가려는 「떼」심리가 형성될 것이다.

셋째로 증권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아직 우리의 시장이 「떼」심리에 의하여 크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투자시기를 여타의 투자가보다 한걸음 앞서는 심리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이 경우 투자가 「떼」들에 가장 앞서서 시장을 리드해 나갈 수는 없을지라도,적어도 「떼」심리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어야 실수없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