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나누며 「통일」 얘기꽃/“괜찮게 사누만”… 장모엔 큰절도/“집방문 처음이니 서로 특종” 폭소『북남통일도 이렇게 쉽게 이뤄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남의 20대 기자들과 북의 중년기자들은 남쪽 기자의 집에서 나이차이를 잊고 밤늦도록 통일과 서울나들이 통일축구를 이야기하며 통일을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23일 남북통일축구경기를 끝내고 북한선수단중 중앙통신사 김광일기자(52) 등 기자 4명은 밤10시5분께 숙소인 워커힐호텔을 떠나 강동구 천호1동 19의2 우성아파트 5동702호 한국일보 사회부 신윤석기자(29) 집을 방문,1시간여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서울의 4박5일,통일문제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로동신문 리광진기자(45) 중앙TV 리원덕(43) 리석범기자(47) 등 4명은 이날 잠실롯데호텔에서 대한체육회장이 주최한 만찬을 끝내고 숙소인 워커힐호텔에 밤9시10분께 도착한후 한국일보 승용차 3대에 나눠타고 신기자의 집을 방문했다.
이날 북한기자들의 신기자 집 방문은 22일밤 본사취재진과 북한기자들이 어울리는 과정에서 북한기자들이 『한국가정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해 신기자가 『우리집을 방문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해 이루어졌다.
신기자집에 도착한 북측기자들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함께 사는 신기자의 장모 송소례씨(74)에게 깍듯이 인사했으며 이중 중앙통신 김기자는 『저도 팔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며 손을 꼭잡았다.
김기자는 송씨에게 큰절을 올린뒤 『동업자 친구를 찾아온 북한기자』라고 동료들을 소개하고는 북한의 룡성과자와 신덕샘물,룡성맥주 등을 선물로 내놓았다.
북한기자들은 신기자를 비롯 한기봉(34),이재열기자(28) 등 한국일보 기자들과 안방에 둘러앉아 반갑게 악수를 나눈뒤 담소했다.
북한기자들은 국산맥주를,본사기자들은 룡성맥주잔을 바꿔들고 「남북통일을 위해」 건배했다.
북한기자들은 신기자의 부인 임남순씨(29)가 정성들여 차린 과일과 술안주 등을 맛있게 들었다.
북한의 김광일기자는 신기자의 장모 송씨가 몸이 불편하다는 말을 듣고 『이 샘물을 드시면 금방 나으실겁니다』라며 신덕샘물을 권했다.
북측기자중 중앙TV의 두기자는 신기자 집을 두루 촬영하면서 『이 정도면 남조선에서 어느정도이냐』 『상당히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고 물었다.
본사 기자들은 지난번 서울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취재때 이들을 만난적이 있어 이날의 분위기는 더욱 부드러웠다.
북한기자들은 매우 여유있는 표정이었으며 이날밤의 대화는 남북의 생활풍습 가정생활에서부터 북경아시안게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중앙통신 김기자는 신기자의 한살난 아들을 보고는 『아,맏상제구먼』이라며 『딸도 낳고 오래오래 사십시오』라고 덕담을 하기도 했다.
북한기자들은 신기자의 부인에게 『매우 예쁘다』며 『남남북녀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으며 『나중에 부부동반으로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집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본사기자와 북한기자들의 대화가 무르익었을때 KBSㆍMBC TV를 비롯한 보도진들이 들이닥치자 북한기자들은 『촬영은 절대 안된다』고 취재를 막고는 『일단 집에 왔으니 함께 술이나 마시자』고 권했다.
4남매의 아버지라는 중앙통신 김기자는 시종 초대에 감사해하며 『언론인들간의 이런 만남은 처음이니까 서로 특종을 하게 됐다』고 농담,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북한기자들은 이날 열린 통일축구경기에 대해 『우리들이 졌으나 명승부였다』며 『한국일보를 호텔에서 읽었는데 보도활동이 왕성한 것 같았다. 앞으로도 통일을 위해 힘써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북측기자들은 또 『비공식 개별초청이었지만 한국일보 동료들에게 전해달라』며 「평양술」 1병과 영광담배 1상자를 전달했고 신기자부인에게는 『우리를 위해 너무 애썼다』며 「유서깊은 모란봉」 「칠보산」 관광화보와 북한노래가 담긴 테이프 「조선영화음악」 「조선민요곡집」 등 3개를 선물하고 『부부동반으로 꼭 평양에 오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한기자일행은 술잔을 권하며 본사기자들의 권유로 한마디씩 직접 글을 써 남겼는데 중앙TV 리석범기자는 「지맥도 하나,민족도 하나,통일을 위한 마음도 하나,통일의 그날을 위하여 한몸 바쳐 갑시다」라고 썼다.
또 중앙통신 김기자는 달필로 「통일의 날까지 가정의 행복과 한국일보기자 선생님들의 북남통일위업 수행에서 성과를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1시간가량 얘기꽃을 피우던 북측기자들은 밤11시15분께 『다음에 다시 오면 꼭 찾아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쉽게 떠나는 북녘기자들에게 신기자부인은 양주 1병을 들려주고 신기자는 극구사양하는 속에 한국일보사가 마련한 필기도구 등 취재용품을 떠맡기다시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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