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와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자세가 남북축구 1차전 때와 2차전 때가 현저하게 달라진 분위기다. 1차전 때의 과열,이상기대감에 비하면 돋보기로 북한의 실상을 재확인한 뒤인 듯한 2차전 때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측은 아직도 안정기조로 남북관계의 진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시중에 남북대화와 관련해 언짢은 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도는 게 그 반증이다.국민이 의아스러워하는 것중의 하나는 지난번 2차 총리회담에 참석했던 강영훈 총리 등 우리측의 일부 대표들이 평양에서 비밀리에 혈육을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점이다. 이같은 만남은 당사자들에게 있어서는 감격적인 일인데다 남북관계에서 무엇보다 이산가족의 재회를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우리측,국민들로서는 축하해야 할일이다. 그러나 이를 일체 비밀에 붙었다가 북한측 기자의 계산된 전언에 따라 뒤늦게 시인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태도라고 볼 수 없다. 민난 사실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만난 즉시 떳떳하게 공개했어야 했다.
예의와 상식에 어긋나게 새벽 1시∼4시에 숙소로 데려와 만나게 한 것도 그렇고 북측 혈육들이 한결같이 「통일을 위해 노력해달라」와 「수령체제 찬양」의 정치성 발언을 한 것 등만 봐도 충격요법으로 회담에 심리적 영향을 주려는 간계를 알 수 있지 않은가.
두번째는 일행이 귀환 후 TV 등에 나가 김일성을 「주석님」 운운으로 호칭한 것 등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듯하다. 물론 강 총리가 김을 예방면담했을 때 「주석각하」 「주석님」이라고 한 것은 의례적 표현이기 때문에 이해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남쪽 국민을 상대하는 TV에서는 표현에 신중했어야 했다. 남북관계의 정상화라는 대의를 수용하면서도 김일성에 대한 적개심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세대가 수없이 많은 게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중간여과 단계없이 안방에 앉아 김일성의 육성을 듣고 당황하던 상당수 국민에게 느닷없는 최대 경어는 어느 점에선가 관계인사의 사려부족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셋째 북한이 최근 들어 모든 주민들을 동원,느닷없이 밀도끝도 없이 통일열기를 고취시키고 있는 데 대해 남쪽의 국민들은 무척 당혹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정부당국은 속수무책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국민들의 관심과 불만을 통일로 돌리고 그들만이 진정한 통일의 추진주체임을 과시하고 밖으로는 평화의지를 최대한 선전하려는 계산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평양의 선전성,허구성을 밝히고 합리적인 대응논리를 국민에게 선별인식시키는 일도 시급한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정부당국이 남북대화 추진에 있어 너무 서두르고 있지 않나 하는 인상을 받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하루빨리 열려야 함은 우리도 누차 주장한 바 있다. 문제는 정상회담까지 총리회담에서 얼마만큼 각 분야에 걸친 합의와 신뢰의 기반을 구축하느냐 하는 점이다.
대화추진의 확고한 원칙과 혁명노선 포기,내정불간섭 등 가장 핵심적인 숙제도 해결않은 채 정상회담 개최는 어려울 것이며 또 열린다 해도 무슨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먼저 대북자세와 정책에 있어 중심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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