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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리드하자 “사기 떨어질라” 북 응원/남북통일축구 경기장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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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리드하자 “사기 떨어질라” 북 응원/남북통일축구 경기장 주변

입력
1990.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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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 빈자리에 북 임원 “남 인민 통일열기 부족”/김 민자대표 김유순 단장과 하프타임 담소 눈길○“통일염원 담은 축제”

○…이날 개막식은 염광여상 고적대의 선도 아래 남북 선수단이 손에 손을 맞잡고 입장함으로써 7만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아래 위 붉은 색 유니폼을 입은 남녀 한국선수들과 흰색 유니폼을 입은 북측 선수들은 트랙을 반 바퀴 돌아 본부석 앞에 정렬을 한 뒤 나란히 함께 손을 들어 관중들에게 인사.

개막식은 본부석의 주요인사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시작됐고 먼저 정동성 체육부 장관의 환영사에 이어 답사에 나선 김유순 북측 단장은 『뜻 깊은 통일축구를 위해 한달음에 서울로 달려왔다』면서 『뜨거운 마음으로 북녘 동포들의 남녘동포에 대한 사랑의 인사를 전해드린다』고 하자 우렁찬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김 단장은 『이번 경기가 선수들만의 순수경기가 아니라 민족의 통일염원을 담은 축제』라고 말하고 『이번 대회가 민족의 화합과 단합을 도모하는 통일의 길로 들어서는 대단합의 장이 되도록 하자』고 역설했는데 그의 답사 중간중간에 많은 박수가 터졌다.

○북측 경고 심판에 야유

○…관중들은 한국이 1­0으로 리드하자 이후 북한의 공격 때마다 열렬히 응원을 보냈다.

관중들은 경기 도중 북한 선수가 경고를 받자 오히려 심판에게 야유를 보냈으며 우리 선수들이 반칙을 해 북한이 프리킥을 얻으면 힘찬 박수를 보내는 등 북한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응원했다.

○…이날 전반전이 끝나고 김영삼 민자당 대표위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 남측 인사와 김유순 북한 체육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임원들은 귀빈휴게실에서 나란히 앉아 15분간 담소를 나눠 눈길.

외부출입을 통제한 가운데 진행된 이들의 담소는 김영삼 대표위원을 중심으로 이번 축구대회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눈 것이라고 한 참석자가 전언.

○암표상 활개에 눈살

○…이날 경기장 정문 앞에는 암표상들이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을 상대로 2만∼3만원씩 웃돈을 얹어 공공연히 암표를 팔아 눈길을 찌푸리게 했다.

이 때문에 경기 시작 직전까지 군데군데 빈 자리가 보였다.

○…잠실운동장측은 낮 12시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 「고향의 봄」 「도라지 타령」 등의 노래를 잇따라 틀어줘 분위기를 유도했고 전광판을 통해 「양팀의 승부에 관계없이 열렬히 응원을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장에 나온 북측 선수단 임원들과 기자들은 경기 시작 30분전인 하오 2시30분까지도 잠실구장이 관중들로 채워지지 않자 『남측 인민들의 통일열기가 부족한 게 아니냐』며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

중앙방송 김남수 기자는 『평양에서 1차경기가 열렸을 때는 3시간 전에 15만 관중석이 꽉메워졌는데 이 곳에서는 기대했던 만큼 관중들의 성의가 보이지 않아 실망했다』고 말하기도.

그는 또 경기장 시설과 대회준비에 대해서 대체로 만족을 표시했으나 운동장 주변에 설치된 광고판이 남북간의 합의에도 불구,버젓이 걸려 있는 것은 합의위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영삼 씨 등 본부석에

○…이날 경기장에는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경제계·재계·체육계 인사들이 대거 나와 45년 만에 서울에서 펼쳐지는 남북축구 대결을 관전.

이날 귀빈석에는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과 고건 서울시장 김상협 대한적십자사 대표 등 정계인사와 김집 조상호 씨 등 전 체육장관,정주영 전 대한체육회장,손기정 씨 등 많은 인사들이 나와 남북선수들을 환영했다.

○치어리더 흥겨운 율동

○…경기 도중 우측 스탠드 하단에서는 이상용 씨가 이끄는 응원단 2백여명이 징·꽹과리와 꽃술을 동원,아리랑 등의 노래를 부르며 양팀을 열렬히 응원.

또 축구협회가 동원한 치어리더 50여명이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불러 흥을 돋웠다.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시간에는 「코리아나」가 관중들과 함께 「손에 손잡고」 노래를 합창했으며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나와 관중들의 파도치기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5분동안 기립박수

○…경기가 끝나자 양측 선수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위로했고 유니폼을 바꿔입은 뒤 손을 맞잡고 트랙을 돌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했다.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 장내는 5분여동안 박수가 멈추지 않았다.

박종환 감독과 명동찬 감독도 나란히 손을 잡고 관중들에게 답례했으며 양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임원들과 기자단이 63빌딩을 관람하는 사이 숙소인 워커힐에 남아 가벼운 훈련을 하던 북한 선수들은 『컨디션이 어떤가』라는 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함구.

이는 전날 한국신문에 게재된 북한 관계기사 때문에 북한 기자들과 임원들이 남한 기자들에게 항의하고 남북 기자들끼리 논쟁한 것을 의식했던 때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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