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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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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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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최종의 지배자는 대통령이 아니다. 상원과 하원의원이나 행정부의 관료도 아님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누구인가. 투표인들이다. 1938년 프랭클린ㆍ루스벨트 대통령은 엄숙하게 미국 민주주의의 본질을 천명했다. 그가 국민이라는 포괄적 표현을 피하고 「투표인」이라는 구체적 행위자를 부각시킨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민주정치는 투표에 의한 정치다. 그래서 자유와 비밀은 절대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깨지거나 변칙으로 실시되면 가짜 민주정치가 판을 치고 국민주권 사상이 허상으로 바뀌고 만다. 그런데 투표에 의한 국민 결정사항의 폭은 좁기만 하다. 제도를 결정하고 좋든 싫든 제한된 범위 안에서 대변자를 뽑을 수밖에 없다. ◆우리 헌정사는 이상하게 제도의 전환으로 집권자를 결정하여 왔다. 사람을 놓고 제도를 만들어 내려는 「욕심」 탓이다. 대통령제냐 내각제냐 해도 헌법을 개정하면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절충식이 되고 말았다. 이러다 보니 제도에 대한 불신만 깊어졌다. 대통령제면 어떻고 내각제면 어떠냐는 냉소가 흐르는 게 우리 정치의 엄연한 현실이다. ◆날치기 정국이 사퇴로,그리고 단식으로 이어지더니,갈 데까지 가고 나서야 제 정신이 드는지 정상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엉망으로 뒤엉긴 정국 경색의 원인을 따져보면 참으로 맹랑하기가 이를 데 없다. 내각제 추진과 지방자치제 실시 여부다. 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국물부터 정치인들이 마시고 있는 셈이다. ◆거대 여당의 의원총회에서 터져 나온 소리를 들으면 한심하기만 하다. 단식하는 앞에서 왜 무릎을 꿇었느냐고 야단을 친다. 내각제는 왜 제대로 냄새도 풍기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느냐고 목청을 돋운다. 누구나 의사표시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정치인들은 제도의 변혁을 스스로 들고 나올 자격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잘한 게 무엇이 있다고 또 개헌을 할 염치가 있는가. 우리나라의 지배자는 투표인이라는 것을 애써 외면 하면 결국 투표로 혼내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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