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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축구 1,2차전의 차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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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축구 1,2차전의 차이(사설)

입력
1990.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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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몰개성화,획일주의를 상기시켰다.평양에서 1차 남북축구경기가 열린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감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축구시합 한번으로 그간의 적대감이 눈녹듯이 사라지고 통일을 향한 역사적인 물꼬가 트이기를 바랐던 때문만은 아니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국내외의 급격한 변화를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얼마만큼 달라지기 시작했고,얼마만큼 더 변화해갈 수 있겠느냐는 점을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바라보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축구경기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나라의 체통과 위신을 훼손시키면서까지 「한건주의」에 매달린 관계자들을 너그러이 이해해주기까지 했다.

남쪽 선수들에게 보인 평양시가의 따뜻한 환영분위기,남쪽 선수의 묘기에 보내는 시민들의 열렬한 박수,거리에서 보고 느끼는 변화의 실상 등을 TV로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역시 핏줄은 못 속인다고 성급하게 동질성의 회복가능성을 점쳐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후반전이 끝나고 루스타임 때 심판이 분 페널티ㆍ킥 휘슬이 환상이 일시적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것은 변화가 아니지 않은가. 우리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남쪽에겐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직도 운동장에 남아있는 현장을 목격한 셈이었다. 그래도 제2차 남북총리회담을 위해 강영훈 총리 일행이 평양을 갈 때까지도 반신반의의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평양시민들은 강 총리 일행에게 냉담했다고 했다. 축구팀에게 보였던 열광과는 정반대의 현상이었다. 갑자기 냉담해진 이유에 대해 그쪽 시민들은 「임수경 양의 석방」이라는 선물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던가. 강 총리 일행만 그같은 갑작스런 표변에 놀란 게 아니다. 우리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연출자의 손짓에 따라 웃고 우는 인형극을 사람들은 연상했고,이어 역사상 유례가 없는 획일주의의 노예가 된 사회와 대화해야 하는 우리의 숙명을 안타깝게 생각하기에 이르른다.

그러던차에 이번엔 2차 남북축구경기를 갖기 위해 북쪽의 선수단이 서울에 왔다. 하룻밤을 자고난 뒤 그들은 연속극이 김일성 주석의 이미지를 왜곡했고,언론보도가 편파적이라면서 철수하겠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평양축구의 경기내용보다도 북한쪽에 유리한 정치해설 일변도로 보도했고 총리회담 TV방영도 연형묵 총리만 일방적으로 중계하는 등 불공정보도로 일관했으며 북한이 북경아시아경기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고 사실까지 조작한 사람들이 자기들의 잣대에 맞지 않는다고 불만인 것이다.

독일통일은 물론 정치지도자들의 선견있는 통일정책이 밑바탕을 이루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요인은 동독국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체제를 선택한 용기와 결단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통독을 예상외로 앞당긴 것은 일방적으로 세뇌되지 않고 왜곡되지 않은 동독인의 양식있는 민의의 힘 때문이었다.

독일과 우리는 분단의 원인과 과정까지 모두가 서로 다르니 독일방식과 비교하지 말자는 주장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주민의 인간화,몰개성화의 회복,획일주의의 극복 등 기본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를 심각하게 다시 생각케 된 점이 축구경기 1ㆍ2차전의 차이라는 것까지 비교하지 않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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