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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미주지역을 한 경제권으로(해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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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미주지역을 한 경제권으로(해외경제)

입력
1990.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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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의에 남미 리오그룹 “화답”/선진­개도국 걸림돌 진통 예상빙하의 땅 알래스카에서 열대림이 우거진 아마존을 거쳐 남미의 최남단 티에라 델 푸에고도에 이르는 범 아메리카지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으려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다.

지역간ㆍ국가간의 빈부격차를 일컫는 남북문제의 상징으로까지 꼽히는 북미와 중남미가 경제통합을 이룬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불가능하다고만 단언할 수는 없게 됐다.

반대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남미 정치지도자들이 찬성을 하고 나서는 등 양대륙의 대표주자급들이 통합이란 원칙적인 문제에 이견을 좁혔기 때문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중남미 8개국 지도자들은 최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리오그룹 정상회담에서 지난 6월 미국이 제의한 전미경제권 건설에 대해 긍정적인 발표를 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이같은 호의적인 반응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오는 12월초 아르헨티나를 비롯 브라질 칠레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남미 5개국을 순방키로 했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는 지난해초 자유무역협정의 발효에 따라 이미 「한지붕 두가족」이 됐고 미국과 멕시코간의 자유무역협정도 진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등 남미 4개국이 오는 95년 12월31일을 공동시장 구성목표일로 일찌감치 잡아놓는등 양대륙 모두 경제블록화에 들떠있는 상태.

리오그룹으로 불리는 중남미 8개국 정상들은 지난 12일 마지막날 회의에서 부시대통령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고 합의,경제블록화를 건설할 시기가 성숙했다는 공동답변을 미국에 전달키로 했다.

리오그룹은 지난 86년 창설된 일종의 중남미 국가간의 정책협력기구로 이번에 불참한 알베르토ㆍ후지모리 페루대통령등 기존의 9개국외에 볼리비아 등 2개국의 가입을 승인,회원국은 모두 11개국으로 늘어났다.

이번 회의의 주요 안건은 페르시아만 사태에 대한 공동대응책 마련이었지만 관심을 끈 내용은 전미주 경제권 건설여부였다. 페레스 베네수엘라대통령이 개막에 앞서 행한 라디오 연설을 통해 밝힌 지지표명은 부분적으로 예견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의외라는 분위기였다.

통합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창안 당사국인 미국이다.

부시대통령은 지난 6월27일 92년 서유럽통합과 유사한 자유무역지대를 전미주에 설치하자고 제의했었다. 「미주기업선도안」이라고 불리는 이 제안은 무역ㆍ투자ㆍ외채 등 중남미제국이 겪고 있는 3대 경제현안에 집중되어 있다.

즉 자유무역협정을 체결,시장을 상호개방하는 한편 미국은 EC 및 일본 등과 공동으로 향후 5년간 매년 3억달러이상을 조성,미주투자기금을 창설한다.

각국은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규제요건을 철폐하는 국가에는 신규로 차관을 공여한다. 이밖에 중남미제국의 입맛을 돋구는 제의로는 누적되어 온 외채를 상당부분 감면 감액하고 남은 외채도 상환기간을 장기로 설정해준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이같은 제의가 일방적인 원조가 아니라 상호 균형발전을 위한 경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통적인 대외정책인 당근과 채찍중 전자를 중남미에 내민 것이라는 게 현지의 주된 시각.

미국이 캐나다에서의 성공에 이어 멕시코 및 중남미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려고 동분서주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국제경제의 신질서에 대응하려는 전략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C통합등 지역별 단결무드와 일본의 성장세등 해외변화에 대처하기에 앞서 내치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즉 고립주의 외교정책 이후 범 아메리카지역에서 누려오던 맹주로서의 권익을 강화하자는 뜻.

그러나 전미주 경제권은 양대륙 사이의 현격한 경제발전차이와 각국별 이해관심등에 따라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 전국산업노조(AFL­CIO)등 미국 노동계가 멕시코와의 자유무역협정은 노동자안전보호법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값싼 노동력을 자랑하는 멕시코인들의 미국내 대량유입을 초래,실업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가 지난 9월24일 미국과 멕시코간의 협정에 반대하던 종래방침을 바꿔 자유무역협상에 참가하겠다고 발표는 했으나 볼멘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여전히 최대 걸림돌이다.

사실 미 가 자유무역협정 발효이후 캐나다는 극심한 산업구조 개편에 따른 몸살을 앓았었다. 섬유ㆍ가구ㆍ전기 등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부문은 관세장벽이 철폐돼 공장폐쇄와 실직사태가 속출했고 석유ㆍ주류ㆍ항공산업은 기업합병이 열병처럼 번졌었다. 때문에 저개발국가인 중남미는 캐나다이상의 역효과가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완급에 관계없이 역내블록화는 이미 세기말을 대표하는 대세인만큼 중남미에 섬유ㆍ전자를 투자하고 있는 우리나라 재계도 블록화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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