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홍콩식 흡수통일의지 고수/대북 작년 8월후 대륙열기 냉각/인적ㆍ경제교류 확대도 통일가교엔 역부족지난 북경 아시안게임때 대거 중국을 찾은 대만의 관광객,기업인들은 마치 통일이 다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웠다.
북경시내의 별3개짜리 이상 관광호텔과 은행,환전소에서 이들은 아무 특별한 절차없이 대만돈(신대폐)을 현지돈과 맞바꿀 수 있었다.
대회개막 직전 북경호텔에서 벌어진 중국대만 선수단의 요란한 「통일잔치」,각 경기장에서의 열렬한 상호응원,그리고 「대만사람」 일반에 대한 도에 넘칠 정도의 극진한 대접 등을 통해 그들은 강한 민족애를 느끼며 손에 잡힐듯한 통일의 기쁨을 실감하는 듯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통일논의가 체제이념의 차이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한 채 진전이 더딘 만큼이나 중국과 대만간 「평화통일」도 주변의 유리한 정세와 분위기에도 불구,그 전망이 오히려 어느때보다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과 대만은 그동안 다같이 「평화통일」과는 거리가 먼 전략의 수순을 밟아왔으며 지난해 천안문사건 이후 두체제간 모순과 간격은 더욱 커졌다.
대만의 집권국민당은 장경국 전 총통의 사망과 함께 내부의 민주화 개혁 압력과 경제적 필요에 따라 지난 87년말 이후 대 본토접근을 서두는 듯 했다.
87년 11월 대륙방문 금지조치가 공식해제 된 후 대만의 성인 15명중 1명꼴로 중국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3년간 양안간 교역은 연간 40억달러 수준으로 급증하고 지난 6월말 현재 대 본토투자액도 13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적ㆍ경제적 교류의 확대가 평화통일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드시 뒷받침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인당소득 8천달러,외화보유고 6백90억달러라는 대만이 이룬 「경제기적」으로도 서독이 동독을 지원하듯 11억인구의 중국경제를 대할 수는 없다.
양안 국제교류의 확대와 더불어 대만 민간기업 사이에서 자연히 나타난 대륙행 투자열은 2년이 채 안돼 대만경제의 공동화 우려를 낳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성급한 경제적 상호의존관계의 심화를 우려하는 것도 한가지 이유이기는 하지만 당장 대만경제가 극심한 침체현상을 보이면서 국민당 정부는 지난 8월 이후 오히려 대륙열기의 냉각에 급급해 하고 있다.
또 지난 북경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북경 정부가 6ㆍ4이후의 외교고립을 벗은 것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과의 전면 수교,복교 등 「외교쿠데타」를 성공시키면서 대만 정부는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대만정부는 당국의 허가없이 기업인이 직접투자 등 대륙과 거래하는 것을 다시 엄격히 통제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언론기관들도 대륙관련 보도에서 87년 이전과 같은 위축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등휘 총통은 북경의 「한국가 두체제」(일국양제) 통일방식에 맞서 스스로 제한했던 「한 국가 두 정부」(일국양부)안이 북경의 단호한 반대에 부딪치자 슬그머니 거둬들였다.
그 대신 대만 정부 스스로 아직 그 개념을 정확히 정립하지 못한 듯한 「한국가 2개지역」(일국양구) 안을 제시했다.
북경의 일국양제와 유사하나 일국양제에 따른 중국홍콩식의 「중앙정부」(북경) 「지방정부」(대만)의 관계를 피하면서 그렇다고 대만측이 당초 주장했던 일국양부안의 두개의 대등한 중앙정부도 아니라는 일종의 절충안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북경 정부는 근본적으로 공산당이 지배하는 흡수통일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을 지나쳐선 안된다.
간단히 말하면 「97년 이후 홍콩」식의 일국양제로 대만을 흡수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양안간 대화와 교류가 오가도 막연한 「교류」의 취약성은 이달초 북경이 98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려는 대만측 노력을 정면으로 지원 거부한데서 잘 드러났다.
공산중국을 사실상 지배하는 등소평 등 8순의 혁명세대 원로들은 남은 여생에 쫓기며 통일의 위업을 이루고 싶어한다.
따라서 최근의 국제화해 조류에 비추어 보면 있을 수 없는 일로 보이기도 하지만 북경 정권이 실제 무력을 사용하거나 또는 최소한 군사위협을 통해 대만을 조기에 통일하려 들 가능성을 많은 서방외교관들은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대만이 평화적 통일을 위한 시간을 벌고,북경의 군사침공 위협에 맞서는 최선의 무기는 철저한 민주화개혁으로 내부의 단결을 꾀하며 북경이 가장 우려하는 일부 야당세력의 대만 독립열을 잠재우는 길 뿐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홍콩=유주석특파원>홍콩=유주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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