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여론 무시” 신청자 일부 무소속 출마 가능성/“지역당 탈피” 김 총재 대권 계산/민자 “해볼 만하다” 분위기 급전밀입북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서경원 씨가 형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자동상실함에 따라 함평ㆍ영광 보궐선거가 11월9일 실시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오늘(22일) 선거일을 공고하고 보선에 출마할 사람들은 27일까지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마쳐야 한다.
함평ㆍ영광 보선은 서경원 전 의원이 소속됐던 평민당이 후보를 내기만 하면 1백% 당선이 보장되는 선거로 알려졌고 집권여당인 민자당은 평민당의 「지역별」에 밀려 13대 총선 당시보다 얼마나 많은 득표를 할 수 있느냐를 가늠해보는 이상의 의미를 두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선거일 공고 직전 평민당이 「지역감정 해소」의 차원의 명분을 내세워 「영남권 인사」를 공천함에 따라 선거양상 및 결과가 뜻밖의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다시 말해 예상됐던 평민당의 「독점선거」가 김대중 총재의 「영남인사」 공천에 따라 내부 도전이 파생하면서 평민당 후보자의 1백% 승률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게 되어갈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선거일 공고와 함께 18일을 남겨둔 함평ㆍ영광 보선의 출마 예상자들을 통해 보선의 선거과정과 결과를 예측해본다.
▷평민당◁
○…「공천=당선」이라는 불변의 등식에 따라 공천을 따내기 위해 활발히 움직여온 자타천의 인사들은 김대중 총재가 단식중인 지난 19일께부터 「영남인사」 공천설이 흘러나오자 맹렬한 반발을 보여왔다
평민당은 지난 6일로 끝난 1차 공천자 신청접수에서 무려 14명이 경합을 벌이자 중순께 2차접수를 받으려던 계획까지 취소했다. 그런만큼 14대1의 치열한 경합 속에 낙점을 기다리던 신청자들은 20일 「영남권 인사」인 이수인 교수(영남대)가 공천을 받아내자 아연실색한 것이 당연한 일.
평민당은 지난 19일 공천심사위를 구성한 직후 신순범 사무총장의 입을 통해 「영남인사」 공천방안을 흘려보냈는데 신 총장은 여기에 『김 총재의 복안을 살핀 것』이라고 쐐기까지 박고 나왔다. 신 총장의 이같은 단언은 14명의 신청자들과 함평ㆍ영광지역 주민들에게 「평민당을 위한 양보」를 촉구한 것으로 보여진다.
김 총재는 이번 보선의 공천자 결정을 놓고 오래전부터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9월초 측근들을 광주와 현지에 파견,광주지역 원로 재야들의 「거시적 당위론」과 현지 주민들의 「현실적 감정」을 조사시켰으며 이를 토대로 재야인사들의 「당위론」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판단에는 김 총재의 개인적인 정치계산도 포함되어 있음이 물론이다.
김 총재로서는 개인적인 능력과 자질,그리고 이미지보다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현실적 정치상황에서 공천을 받은 현지 인사가 절대적인 득표를 했을 경우 타지역의 반발심리를 유도,지자제선거와 14대 총선 및 나아가 대권경쟁에서 불리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계산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신청자 14명이 모두가 그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어 택일이 쉽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20일 김 총재로부터 낙점을 받은 영남대 이수인 교수는 경북 칠곡출신으로 서울고ㆍ서울대를 나온 「해직교수」출신으로 특히 광주지역 재야 변호사와 교수들이 그의 재야성 활동을 높이 사고 있다는 것. 또 그 자신도 「정치입문」을 사실상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내에서는 그의 공천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던 형편.
이밖에 YMCA 총무 강문규 씨(경남 진주출신)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본인의 고사 및 여러 사유로 이씨의 낙점 쪽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 탓에 14명의 신청자들이 여전히 초지를 굽히지 않을지는 미지수. 이중 안평수ㆍ김연관ㆍ황제선 씨 등 김 총재가 결코 「괄시」할 수 없는 사람들의 향후 동태가 주목되나 14대를 겨냥,백의종군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총재의 의중이 「영남인사」 공천으로 낙착된 데 대해 당내외에서 반론 또한 적지 않다.
당장 현지에서는 『우리 지역 국회의원을 뽑는 것인데 왜 타지방 사람이 공천되어야 하느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 따라서 『우리가 좋아하는 인물을 뽑겠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또 지방색 타파를 위한 「영남인사」 공천에 대해 당내에서는 『조그마한 지역선거의 공천자를 영남인사로 한다고 지역감정이 없어지겠느냐』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형국』이라고 못마땅해 하고 있다. 지역감정은 정치지도자들이 자기들의 집권경쟁에 이용,확대심화시켜놓고 어설픈 형식적 논리로 이를 없앨 수 있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지역 여론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난이다.
영남인사 공천에 대한 이러한 반박성 비난 때문에 14명의 평민당 공천 신청자들중 일부는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지역주민의 뜻을 묻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민자당◁
○…평민당의 「황색바람」에 위축돼 함평ㆍ영광 보궐선거에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는 민자당은 「영남인사」가 공천되자 「한번 해볼 만한 게임」이라는 반응과 함께 선거대책 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자당은 이미 지난 10월초께 조기상 지구당위원장을 공천자로 내정한 뒤 조직점검 및 당원 배가 운동을 벌여왔다.
민자당은 이에 따라 선거공고일 직전까지는 조 위원장을 중심으로 당원결속에 치중하고 선거일 공고 후부터 당차원의 지원대책을 강화한다는 2단계 전략을 수립.
민자당은 이달 하순께부터 전남북 지구당위원장들을 가급적 현지에 파견,홍보활동 및 외곽에서 득표전을 전개할 계획이며 11월초께 최고위원 등 당지도부가 현지에서 당원 연수대회를 갖는 등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그러나 민자당은 이번 보선이 사퇴정국 이후 여야가 현장접전을 벌인다는 점을 감안,승리보다는 「선전」에 치중한다는 전략. 당지도부는 평민당이 정치신인이자 지역 연고성이 없는 이수인 씨를 내세웠다 하더라도 지역 특수성 및 김대중 평민 총재의 영향력이 좌우되는 선거인만큼 13대 총선 때의 4만여표 차이를 가능한 최대한 축소한 후 14대 총선을 겨냥하겠다는 전략이다.<정병진ㆍ신효섭 기자>정병진ㆍ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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