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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의 제동/홍선근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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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의 제동/홍선근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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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 3시가 지나서야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회의는 끝이 났다.매주 목요일마다 거의 정례적으로 이뤄지는 이 회의는 대체로 상오 10시에 시작돼 점심식사 때에 맞춰 끝나는 게 일반적인데 18일의 회의는 몇시간을 더 끌었으니 다소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날 안건중엔 재무부가 「금융기관의 합병 및 전환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자문을 요청한 것을 답신해야 하는 안건이 있었으므로 그것만 해도 시간이 제법 걸릴 이유가 됐지만 정작 이날 이례적이었던 일은 금통위원들이 한은의 팽창적인 올 4ㆍ4분기 통화운용계획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4ㆍ4분기 통화를 19% 수준에서 운용한다는 건 인플레 위험 등으로 볼 때 명백히 지나치게 높은 수치이다』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추경 등으로 재정부문이 엄청난 통화팽창요인이 된다면 금통위라도 나서서 최소한 재정집행의 분산 등을 요구해야 한다』

『금통위나 한은이나 모두 적정선의 통화관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만을 대기업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 자세로 전환,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통화 과잉팽창에 대해서도 남에게 책임을 미룰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반성해야 한다』

이처럼 명료하게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한은 임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분기별 통화운용계획 등을 보고할 때 다소간의 의견차는 있었지만 이런 상황은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위원중에서도 B 위원,L 위원 등이 다소 앞서 문제제기의 흐름을 잡긴 했지만 이날 참석한 임명직 위원 7명이 대체로 같은 의견,즉 통화운용계획을 다시 축소 조정해 보자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별다른 걸림돌 없이 마구 전진하던 정부의 통화팽창안이 예기치 못한 곳에서 견제되는 순간이었다.

회의가 끝난 후 금통위원들은 한결같이 『평소와 달리 목소리를 높인 건 괜한 고집을 부리자는 게 아니라 통화팽창,물가불안,경제부실화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우려에 대해서 우리라도 나서야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장이야 돈을 풀려는 사람들이 환영받고 긴축하자는 우리들이 욕을 먹겠지만 결과가 명백한 위험한 선택을 모른 체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한 위원의 말이 너무도 소중하게 귓가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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