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중 외무장관은 19일 일본 자위대의 페만 파병과 관련,『일본의 군사대국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공식 표명했다. 장관의 논평은 중국이나 필리핀 관변측이 내놓은 성명에 비해 강도가 높은 것처럼 보이나 「기자간담회」라는 비공식 자리에서,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오랫동안의 침묵 끝에 나온 발언 치고는 미온적이고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뿌리치기가 힘들다.일본 군국주의의 가장 극심한 피해자였던 나라가 군국주의의 부활 가능성을 눈앞에 두고 강 건너 불 바라보듯 하는 이유를 국민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위대 파병」이 종국적으로 「페만사태」에 임해야 하는 기름 빈국 한국의 입장과 직ㆍ간접으로 관련이 있고,우리의 최대 우방인 미국의 대페만 전략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의견을 공표하거나 항의를 표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볼 때 일본의 군사대국화 추세는 페만사태와 비교할 수 없는 중대하고 역사적인 사태라는 것을 소홀히할 수는 없다. 어느날 일본이 군사강국이 돼버렸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나라는 미국도 소련도 아니고 바로 한반도의 우리나라라는 엄연한 인식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본은 지금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면서 세계 제일의 첨단기술 대국이다. 반도체,컴퓨터 등 첨단무기 제조의 핵심분야에서 미ㆍ소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에는 이같은 군사우위 분야를 가지고도 큰 소리를 치지 못하는 자국외교를 탓하는 대국의식이 가득하다.
페만 파병을 적극 주장하는 세력들이 일본의 차세대 리더로 손꼽히는 자민당내 오자와(소택) 간사장을 중심으로 니시오카(서강) 총무회장,가토(가등) 정조회장 등 보수우익세력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파병 주장이 끝에 가서는 군사대국화로 이어져갈 것임을 우리가 알아차리기 어렵지 않을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은 오는 95년까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그 구상의 저변에는 정치ㆍ군사대국화의 야심이 깔려져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미국이 일본의 보다 적극적인 기여를 요구하는 사정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일본의 평화헌법을 만들어준 미국이 오늘날 「파병」을 요구하게 된 자가당착적인 정책의 오류도 지적해야 한다.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종국적으로 동남아시아에 새로운 긴장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미국이 간과하지 말도록 충고도 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우방의 개념이 엷어지고 국가이익 중심으로 각개 약진하는 경쟁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외교의 우산 속에서 안주하던 시대는 끝났고 자주외교의 기틀을 다져가야 하는 시점이다.
현재 자민당내 소장그룹의 반발,사회당 등 야당의 반대,학생들의 결사저지투쟁을 맞아 자위대 파병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불안해하는 국민여론을 존중해 「자위대 파병은 안된다」는 입장을 외교채널을 통해 공식 전달할 의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