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바람이 제법 아침과 저녁을 느끼게 한다. 매년 이때쯤 되면 대학의 캠퍼스는 한창 더 스산하게 마련이다.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낙엽이 발길에 채어 젊은 지성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만은 아닐게다. 해마다 비좁아지기만 하는 취업의 문이 「4년의 대학생활」을 마감해야 하는 졸업예정자들의 마음에 불안과 초조를 가중시켜 한상백로를 몸으로 느끼게 한다고나 해야할까. ◆신문들이 요즘 다투어 보도하는 대졸예정자들의 취업전망은 근래없이 저조할 것이라고 한다. 숫자로 보는 고학력자들의 취업난은 정말로 심각하다. 1백15개 4년제 대학의 내년 봄 졸업예정자는 자그마치 19만명을 넘는다. 지난 9월 졸업자까지 합치면 20만명에 육박한다. 지난 봄 졸업자 16만8천명보다 3만명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같은 학사양산은 오는 봄 졸업자들이 졸업정원제의 마지막 입학생(87학년도)들로 입학생수가 30% 가량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중 여학사 7만여명중 60% 정도와 군입대자ㆍ대학원 진학자나 외국유학자ㆍ자영업 희망자 ㆍ교대 및 사대졸업예정 일부 등 40% 정도를 제외한다 해도 취업전선에 뛰어들 고학력자가 13만명은 훨씬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여기에 취업재수 고학력 적체자 10만명 이상이 가세한다니 그 일자리 수요는 20만명을 훨씬 넘는다. ◆하지만 신규채용계획을 갖고 있는 41개 대기업과 정부투자기관ㆍ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졸자 채용규모는 지난해보다도 2∼3%씩 줄어들어 3만명도 채 안된다고 하니 산술적 계산으로는 7대1의 치열한 경쟁이 될 판이라는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과 공무원 공채 등이 있어 이보다는 2∼3배의 학사들을 흡수하겠지만 고학력 미취업 적체자가 10만명을 훨씬 넘을 것은 뻔하다. ◆어찌됐건 고학력 실업은 줄여나가야 한다. 산업구조 변화를 예견하는 대학의 계열별 정원조정과 고졸 및 전문대 졸업의 기능인력 양산에 근간을 둔 장기인력 수급을 빈틈없이 짜서 시행하고 학력간 임금격차를 좁혀 4년제 대학으로 갈 취업인력을 전문대가 수용토록 해야 한다. 그것마저 못하면 고학력 실업이 정말 사회문제가 될 날이 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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