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공격설」에 시간벌기 전략/다국적군 집결 거의 완료… 기후도 공세 적기로/“고유가의 주범” 비난화살 모면/「팔」 사태부각 미ㆍ아랍분열 노려페르시아만 위기는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지난 8월2일 쿠웨이트를 전격 장악한 이라크와 이를 응징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팽팽히 맞선 페만사태의 추이는 전세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그때그때의 상황변화에 따라 희비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 페만에 배치된 미 파병군수는 줄잡아 20여만명으로 이달말께 목표선인 25만명에 순조롭게 도달,지금까지의 수세적 자세를 전환시킬 수 있게 됐다.
이를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최강의 전통을 지닌 제82.101 공정사단과 제1기병사단을 비롯,M1중 탱크 2백대와 브래들리전차 3백대를 보유한 제24.197기갑사단 등 12만명의 지상군이 사우디에 배치됐다. 해군력은 3척의 항모를 필두로 32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적재한 전함 위스콘신호,8척으로 추정되는 핵잠함 등 55척이 페만 일대에 밀집해 있다.
또한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22기의 최신예 F117 스텔스전폭기와 F14 등 함재기 1백80기등 총6백기의 항공기로 유사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공군력에서 이라크를 단연 압도하게 됐다.
여기다 탱크 1백20대를 보유한 영 지상군 1만명과 프랑스군 4천명,그리고 아랍 연맹군으로 파병된 2만여명의 이집트군과 1만명의 시리아군 등 이라크를 「타도」하기 위한 다국적군의 수는 총28개국의 30만명을 넘어섰다.
반면 이에맞선 이라크는 쿠웨이트와 사우디 접경지역에 46만명의 병력을 집중 배치,결사항전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주에는 예루살렘에서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사건에 이어 미 행정부의 이라크공격 논의설,허드 영 외무장관의 대 이라크 공격 발언 등 「전쟁불가피론」이 고조돼 한때 세계유가가 배럴당 41달러를 초과,천정부지로 치솟을 조짐까지 보였다.
이처럼 「11월 위기설」이 팽배하게된 것은 미국등 다국적군이 수적열세에서 공세적 입장으로 전환하게 된 자신감 외에 10월로 접어들면서 아라비아사막의 기후가 비교적 전투를 수행하기에 적당한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중한 파병군비와 국내여론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미 행정부로서는 지역의 균형을 깬 「팽창주의자」 사담ㆍ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차제에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제임스ㆍ베이커 미 국무장관이 17일 상원 외교위연설에서 미국의 대 이라크 군사행동이 『유엔의 감시하에 이뤄져야 하나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 독자적인 군사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베이커 장관은 이어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에서 철수하더라도 대 이라크 국제금수조치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시사,미 행정부의 의도가 후세인 제거에 있음을 명백히 했다.
물론 미국이 꼭 군사적 해결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강경한 자세를 견지,대 이라크와의 협상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고 풀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베이커와 회담한 예프게니ㆍ프리마코프 소 대통령 특사의 발언처럼 『군사충돌은 피하되 이라크에 상을 주지않는 방안』이 미국의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때 이라크가 18일 취한 일련의 유화적 태도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를 다소 반전시키는 것이었다.
이라크는 유엔의 철저한 봉쇄조치가 2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를 현시세의 절반가격인 21달러에 판매하겠다고 선언하고 쿠웨이트공항의 운행을 재개시킨 것이다.
그러면 이라크가 노리는 숨은 의도는 무엇인가. 중동전문가들은 대체로 명분과 시간벌기 두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페만사태로 급등한 세계 유가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는 제3세계권에서 쏟아질 비난의 화살에서 벗어나는 한편 유엔에서의 또다른 대 이라크 재제결의안에 대한 합의를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또 평화제스처로 다국적 군에 개전의 명분을 주지 않으면서 시간을 끌어 팔레스타인문제를 부각,미국과 아랍권 사이의 유대에 분열을 노리는 방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라크의 잇단 유화제스처는 역으로 미국의 결전강행이 임박했음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윤석민기자>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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