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학생들의 거액 도박(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학생들의 거액 도박(사설)

입력
1990.10.20 00:00
0 0

대학생들마저 예사로이 도박판을 벌인다니,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거짓말같은 사실이다. 판돈의 공급원은 주로 과외수업 수입이고,장소는 학내외를 가림없이 강의실에서 호텔방까지 이용한다는 것이다. 해괴망측한 풍조가 놀라울 뿐이다.비록 심심풀이로 한두 번 한다 해도 펄쩍 뛰고 마다할 일이다. 하물며 본격적으로 「판」을 벌여 거액을 따고 날리고 한다니 지성의 황폐화가 얼마나 극심한가 알 만하다. 뿌리뽑아 마땅한 도박풍조가 앞으로 이 나라를 짊어질 젊은 영재들마저 병들어 시들게 하는 위험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 일부에 파고든 이러한 병폐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도박바람에,과외수입으로 얻은 여유돈이 불을 질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스톱같은 도박판은 고질이 된 지 오래다. 만나면 한판이고 산과 들을 안가린다. 골프장에선 내기 골프가 성하고 심지어 해외여행중 비행기 안에서도 화투를 펴들고 법석을 떤다. 그러면서 죄의식이나 수치감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 세태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정신적 공황에 직면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매우 높다. 병리현상은 도박만이 아니다. 과소비 향락 투기 등 행위를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성과 절제가 아닌 충동과 즉흥에 손쉽게 말려드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열과외 자체가 하나의 병적 증상이다.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활동은 학비에 보탬이 되는 수준을 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과외비는 입시경쟁열과 비례하여 상승하며 그 수입이 웬만한 월급쟁이를 무색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여유돈이 그만 옳게 쓰여지지 않고 낭비와 부도덕으로 흘러가며 탈을 낸다. 학생 자가용족은 무엇이며 유흥가 출입이 과연 떳떳하고 정상인지 자문해본 일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학가의 도박 성행을 그렇다고 과외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가닥 자책감도 없이 때와 곳을 살피지도 않고 판을 벌이는 기성세대의 탁류가 결국 젊은 세대를 크게 오염시켰다고 봄이 오히려 타당할 것이다.

학원과 사회는 유무상통의 관계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나쁜 물이 들면 함께 썩어버리고 만다. 건전한 정신이 사회를 지배해야 학원이 활기를 찾고 지성과 학문이 꽃을 피우게 되는 법이다. 먼저 어른들이 각성해야 한다. 깨끗한 후대를 키우려면 도박판에 내미는 손을 깨물기라도 할 의지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깨우침도 긴요할 줄 안다. 과외수입을 횡재나 불로소득으로 보는 시각을 고쳐야 할 것이다. 자기 두뇌와 배운 바를 애써 활용해서 얻는 값진 대가로 여길 때 과외수입은 인간형성의 밑거름이 되어질 것이다.

병폐가 더 깊어지기 전에 마비된 가치의식을 빨리 회복해야 하겠다. 젊은이들마저 한탕주의의 수렁에 빠진다면 우리 앞날이 어떻겠는가 깊이 성찰해보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