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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어려운 뒷말/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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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어려운 뒷말/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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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들이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을 하게되면 실제로 집값이 오른다. 오르기 전에 사두자는 가수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만으로도 집값은 오를 수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집값이 두배 세배로 터무니 없이 올라버리고 전세ㆍ월세값이 덩달아 폭등한 것을 실제 눈으로 보고 확인한 사람들은 오른다는 확실한 전망이 아니라 오를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만으로도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인플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요소이며 특히 부동산은 「예상」과 「전망」에 민감한 영향을 받게된다.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는 데 대해서,또는 오히려 내려갈 것이라는 데 대해서 확실한 전망과 신뢰가 생긴다면 아무도 없는 돈에 애를 써가며 서둘러 집을 마련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저축을 해가며 천천히 여유있게 돈을 모아 골라서 좋은 집을 사고 싶은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염원일 것이다. 최근 수년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 왔다. 그냥 오르는 것이 아니고 느닷없는 폭등으로 집마련의 꿈을 버려야 하고 살던 집에서 대책없이 쫓겨나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언제 또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려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희 건설부장관이 건설업체 대표들과의 모임에서 아파트분양가 자율화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자 무주택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그 발언이 심리적인 불안과 공포감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88년 12월 박승 전 건설부장관의 거듭된 분양가 자율화 발언을 전후해서 아파트값의 대폭등이 시작된 이래 장관이 바뀔 때마다 건설부에서는 자율화방침이 계속 흘러나와 집값이 또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을 부채질하곤 했었다.

5개 신도시에서 대량으로 쏟아 놓는 물량때문에 『이제 미분양도 나고 아파트 값도 더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생길만 할 때 건설부는 원가연동제라는 것에 따라(90년 5월) 분양가를 10% 남짓 올렸고 연달아서 채권입찰상한액도 평당 20만원 인상했다.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현실로 입증해준 셈이다. 그로부터 5개월 남짓만에 또 건설부장관의 석연찮은 발언이 있고 일부 지상에 분양가 인상 운운하는 보도가 산발적으로 나와 잠시 가라앉았던 불안심리를 또 자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신도시건설의 차질을 우려해서 건설부가 미분양을 바라지 않는다거나 오히려 적당한 열기가 있는 것을 바란다는 믿기 어려운 뒷말들이 생기는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장관의 발언이나 시책발표는 신중하고 명확해야 한다. 집 때문에 시달려온 지친 민심을 헤아릴 줄도 아는 여유있고 믿음직한 행정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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