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마친 우리측 대표 홀가분한 표정 마지막 만찬/수행원·기자들 노동신문사 방문집단체조 관람도▷2차(비공개)회담◁
○…18일 상오 10시 1차(공개)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2차회담은 두 총리 사이에 설전이 오갔던 1차 때와는 달리 농담이 오가는 등의 누그러진 분위기에서 2시간여 동안 계속.
회담에 앞서 두 총리는 전날 있었던 평양시 인민위원장 주최 옥류관만찬에서 맛본 평양냉면,날씨,첫날 회담 등을 화제로 15분 동안 환담.
양측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북 총리는 전날보다 다소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눴으나 곳곳에서 통일문제를 놓고 「차근차근」 추진해나가자는 우리측 입장과 「속도」를 강조하는 북측 입장이 엇갈려 가벼운 신경전.
▲연 총리=어제밤에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강 총리=아주 참 조용하고 방 온도도 꼭 맞게 조절해줘서 잘 잤습니다. 평양 가면 평양냉면 한번 꼭 먹어봐야지 했는데 역시 평양냉면 맛은 다릅디다. 잘 먹었습니다.
▲연 총리=잘합시다. 평양시에선 어떤 평이 있느냐 하면 말입니다. 북남고위급회담이라는 것이 「고위급」이 달려서 회담 수준도 높을 줄 알았는데 수준이 대단히 낮다고 합니다.
▲강 총리=교육을 어떻게 그렇게 시켰어요(웃음). 숙소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대단히 실망했다고 얘기하더군요.
▲연 총리=서울에서 올 때 큰 선물보따리를 가져와야 되는데. 우리가 갈 때는 큰 보따리를 가지고 갔었는데.
▲강 총리=지금 우리 대표들 얼굴을 보세요. 활짝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데 이게 큰 선물이지요. 나는 연 총리를 믿는데 언제나 웃는 낯이거든. 그러면 됐다 이겁니다. 우리 둘이 언제나 웃는 낯으로 대해서 얘기할 수 있으면 일이 돼 가는 거죠.
▷대변인 회견◁
○…이틀째 비공개회담에 대한 남북간의 시각은 긍정과 부정이 다소 엇갈리는 듯한 분위기가 양측 대변인의 별도회견을 통해 표출.
똑같은 장소(인민문화궁전 1층 회의실)에서 먼저 회견을 가진 북측의 안병수 대변인은 『우리는 불가침선언을 제기하면서 오늘 회담에서 매우 쉽게 합의될 것으로 확신했다』며 기본적으로 남북간에 큰 이견이 없는 점 등 그 근거를 예시.
안 대변인은 『남측에서 밟아야 할 절차가 많아 국무총리라 해서 당장 합의를 해줄 수는 없다고 하길래 그러면 가조인이라도 하자고 했으나 불가피하게 합의를 보지 못했다』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한마디.
○…이어 남측의 임동원 대변인은 서두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이 진행됐다』고 강조한 뒤 『합의선언문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한 회담이 아니라 내용면에서 많은 접근을 보아 대단한 진전을 이룬 회담』이라고 평가.
임 대변인은 회담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한 뒤 양측 안의 내용이 유사한 데도 불가침선언이라는 명칭상의 문제로 합의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헌법에 불가침문제는 국회의 비준을 거치도록 돼 있는 제도상 절차 때문』이라고 설명.
▷노동신문사 방문◁
○…이날 비공개회담이 열리고 있는 동안 기자단 일행은 노동신문사를 방문.
우리측 기자단 일행이 노동신문사에 도착하자 북측 기자들은 현관과 복도 층계에 도열,박수로 환영.
이 신문사의 서동범 부주필은 우리측 기자들에게 『노동신문이 해방 후 김일성 주석이 직접지시하여 45년 11월 발행된 것』이라고 창간내력을 설명.
서 부주필은 또 현재 노동신문의 발행부수는 1백50만부인데 3백여명의 기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매일 6면씩 발행하고 있다고 자세한 현황을 소개.
4층으로 된 노동신문사는 낡은 건물이고 발행부수에 비해 규모가 작았으며 남한 언론사들의 편집국과는 달리 부서마다 각각 다른 방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
▷체조 관람◁
○…대표단을 제외한 수행원과 기자단은 18일 하오 6시부터 1시간10분 동안 평양시내 김일성경기장에서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45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일심단결」이라는 주제의 집단체조를 관람.
평양시내 인민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4학년까지 학생 5만명이 출연하고 또다른 5만명이 배경대(카드섹션)를 연출한 이 집단체조는 김일성 우상화와 노동당의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기계처럼 정확한 동작과 조형미를 과시.
▷마지막 만찬◁
○…강 총리 등 우리측 대표단 일행은 이날 하오 8시 양형섭 최고인민의회 의장이 천리마거리 목란장에서 주최한 만찬에 참석해 평양에서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
양 의장 좌우 주빈석에 앉은 강 총리와 연 총리는 2차 본회담을 마치고 김일성 주석 예방까지 끝난 뒤여서 홀가분한 분위기 속에 환담.
양 의장은 만찬사에서 『구두쟁이 셋이면 제갈량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며 『민족 앞에 책임을 진 정치인으로 남조선의 국회의원들과 손잡고 민족재생의 길을 함께 걸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피력.
강 총리는 답사에서 『통일을 이룩한 동·서독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의 축적이야말로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이 가야할 길』이라고 지적하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 양보하는 대화의 숨결 속에 증오와 대결의식은 봄눈 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평양=이성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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