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침」 총론 측면서 내용 유사/양 정상 간접대화… 이해 계기로/남,유엔문제 유연·북,남북 실체 첫 언급도 주목평양에서의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이 18일 폐막됐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관계개선 방향에 대한 분명한 입장 차이를 확인하면서도 서로 상대방의 주장을 부분수용하는 자세를 나타냄으로써 향후의 회담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강영훈 국무총리의 김일성 북한 주석 면담을 통해 노태우 대통령과 김 주석간의 간접대화가 이루어진 사실은 구체적 합의 여부와는 별개로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중요한 긍정적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지난달 서울 1차회담에서의 노 대통령 메시지 전달에 이은 이번 회담에서의 간접대화를 통해 남북 정상은 최소한 서로의 입장을 분명히 파악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김 주석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표명은 외교적 수사 이상의 태도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주석은 공동면담에서 정상회담 문제와 관련,「내가 바라던 회담」 「빨리 열도록 기여해줄 것을 희망」 「노 대통령 만날 기회 조성해주기를 기대」라는 등의 구체적 언급을 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예상 밖의 긍정적 반응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표면적으로는 3차회담의 개최일자 외에 어떠한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특히 첫째날 기조연설에서 양측은 북한의 「하나의 조선」정책을 둘러싼 「실체공방을 통해 극명한 입장차이를 나타냈다. 우리측은 종래에 없던 강한 목소리로 북한의 대남 노선을 지적하고 실체인정을 촉구했으며 북한은 우리를 분열주의,현상고착정책으로 몰아세웠다.
남북 양측은 그러나 일부 사안에 대해선 상당한 정도의 의견접근을 보았다. 우선 북한의 「불가침선언」 제안과 우리측의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공동선언」 제의는 형식에 있어선 차이를 나타냈으나 내용은 매우 유사한 것이었다.
17일 첫날 회담 기조연설에서 나온 북측의 제의를 우리측이 수정해 18일 다시 제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의견접근의 과정은 내용보다도 양측이 상대방의 입장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물론 이들 선언에 대한 남북 양측의 입장에 근본적인 시각차이가 개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불가침선언의 채택을 통해 우리측이 주장하고 있는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단계를 뛰어넘어 곧바로 군비축소를 논의하는 수준으로 회담을 끌어가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불가침선언을 계기로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주한미군·핵무기 철수 등 자신들의 기본구도대로 남북관계를 유도해나가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북한의 이같은 전략을 견제하고 경협·인적 교류 등 우리측의 중점거론대상을 선언에 포함시키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측은 특히 불가침선언 채택으로 고위급회담의 의제가 정치·군사 위주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남북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다소 신축적 자세를 보인 부분은 연형묵 총리의 「실체」에 관한 언급과 우리측의 유엔 가입에 대한 입장일 것이다. 연 총리는 17일 기조연설에서 「하나의 조선」원칙을 분명히하면서도 『우리는 북과 남의 서로 다른 권력의 실체나 체제의 존재를 거부하지 않으며 분열된 현실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말해 주목되고 있다. 우리측은 연 총리의 발언이 국가로서의 실체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으나 이같은 언급이 북한측으로부터 처음 나왔다는 점에 유의하고 있다.
한편 우리측은 이번 회담에서 예상과는 달리 유엔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당초 우리측은 북한이 동시가입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단독가입을 추진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북측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북측의 단일의석 가입안의 비현실성을 가볍게 지적하는 선에서 그쳤다. 북한도 단일의석 가입 주장에서 후퇴,일단 남북 합의 때까지는 가입하지 말자는 입장을 보였다.
12월11일로 합의된 서울회담은 이번 회담의 실질적 성과가 가실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정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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