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10년내 보조금ㆍ관세 75% 감축요구/한국선 “7개품목 개방불가” 미에 직소/미 “퇴장" 위협… 타결전망 불투명세계무역질서에 대변혁을 가져올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당초 예정대로 매듭 지어질 수 있을 것인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견인차역을 맡고 있는 미국을 포함,ECㆍ일본ㆍ개도국 등 모든 관련국들이 회의와 기대,불안을 갖고 있는 가운데 이제 막바지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은 86년 우루과이 푼타 델 에스테에서 열린 가트(GATT)회의에서 미국의 제의로 시작한 것. 지금까지 미국의 주도아래 가트회원 1백5개국이 협상을 해왔고 마무리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제의한 명분은 현행 가트체제가 물리적인 상품만을 무역의 대상으로 하고 있어 현실적인 세계무역구조와는 괴리현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이를 시정키 위해 ▲특허권ㆍ상표권 등 지적소유권과 ▲금융ㆍ보험ㆍ수송 등 각종 서비스를 무역대상에 추가,지적소유권을 보호하고 또한 서비스시장도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농산물의 가격지원의 철폐와 시장개방을 강력히 주장했다.
미국은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상실,무역적자의 심화등 경제적 불이익이 불어남에 따라 그들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견지하고 있는 지적소유권의 보호,서비스와 농산물시장의 개방과 농산물의 인위적인 가격조작의 방지를 들고나온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적 취약성을 감안하여 배려했던 예외조항들을 재정비,각종 무역규정을 시장개방의 방향으로 강화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는 미국의 상대적인 경제력의 약화를 반영하듯 미국의 의도대로 진척되고 있지않다.
핵심쟁점들,즉 농산물교역의 개혁,섬유류 무역의 개편,서비스무역 자유화 방안 등에 있어서 미국과 기타국들사이에 견해차이가 크다.
일례로 우루과이라운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하는 농산물의 보조금 감축문제에서 미국과 EC(유럽공동체) 및 일본 사이에는 현격한 격차가 있다. 칼라ㆍ힐스 미무역대표부 대표(USTR)는 앞으로 10년 사이에 농산물 수출보조금을 90%,국내보조금과 관세장벽을 75% 감축하자고 15일 제의했다. EC측은 향후 10년 동안에 모두 30%를 감축하겠다고 제의하고 있다.
미국측 제안은 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아르헨티나 등 소위 카인즈그룹의 14개 농산물 수출국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EC측 제안은 물론 일본ㆍ한국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일본ㆍ한국은 EC보다 더 강한 저항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은 30% 감축에 쌀시장개방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쌀,보리,참깨,쇠고기,돼지고기 등등 9개 농산물에 대해 아예 개방불가 방지선을 쳐놓았다. 한국은 우루과이라운드에 대해 과민하다고 할 정도로 민감하다.
국회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지원단(단장 한승수 의원을 비롯 이상득 지연태 정일영 백남치 신재기 의원 등 6명)이 방미,15ㆍ16 양일동안 칼라ㆍ힐스 미무역대표부 대표,로버트ㆍ모스배커 상무장관,클레이튼ㆍ야이터 농무장관,하원 가트 코커스 소속의원 등 정부와 의회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측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곧바로 제네바로 직행,아더ㆍ던켈가트 사무총장 등 관계요인들과도 면담한다.
이에 앞서 농협대표단이 워싱턴을 방문,칼라ㆍ힐스 미무역대표부 대표와 미농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한미간의 쌍무회담이 아니라 전세계가 얽혀진 글자 그대로 다자간의 무역회담에서 한국처럼 미국에 대해 직소하는 나라는 없는 데 효과가 클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 한국측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그들이 주장해온 원칙으로 볼 때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EC의 농산물보조금 30% 감축을 극히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C측은 미국이 강조하는 수출보조금 문제에 대해 별도로 얼마를 감축하겠다는 것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EC는 정치적으로 강력한 압력단체 역할을 하는 1천만 농민을 지원하는 값비싼 「공동농업정책」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러기에는 정치적 위험부담이 크다. 미국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의 전세계 농민보조금은 2천5백억달러. 미국은 이것을 2천년까지 대폭 삭감하는 협정에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 우루과이라운드에서 퇴장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야이터 농무장관은 15일 「해외개발협의회」가 주최한 「개발도상국과 우루과이라운드」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협상에 실패하는 경우 세계무역은 혼란에 빠질 것이며 개발도상국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부시행정부는 농민보조금 삭감문제에서 미국의 농민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정치적 난제를 안고 있다. EC등의 뚜렷한 양보를 얻지 못하는 한 설득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현행 페르시아만사태와 경기침체로 불황이 예견되는 때에 지원삭감은 정치적인 반발을 사기쉽다. 또한 섬유,철강,반도체,신발류 등 일부 제조업체에서는 현행 미국의 각종 수입규제 또는 제한법에 의한 법률적 보호를 계속 지켜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12월3일로 다가온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시한이 45일 남짓 남은 현재 전망은 불투명하다.<워싱턴=이재승특파원>워싱턴=이재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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