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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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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노벨평화상의 수상자로 결정된 고르바초프의 개방과 개혁정책은 전세계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소련인사들 사이에는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이 너무 소극적이고 미온적이며 위선적이라고 하여 공공연히 불만을 표시하거나 불신하는 소리도 높다고 한다. 급진개혁파의 리더 보리스ㆍ옐친이 국내 불만세력의 기수이며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망명작가 알렉산드르ㆍ솔제니친은 국외 불신세력의 대표다. ◆고르바초프는 얼마전 1966년 이후 시민권을 박탈당한 소련인의 복권을 발표하여 외국 체류 망명객들에게도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반체제 활동을 하다가 국외추방을 당했거나 표현의 자유를 찾아 스스로 조국을 탈출하여 외국서 활동중이던 소련의 망명예술인들중 일부는 고르바초프의 화해제스처에 화답하여 그리던 고향을 찾았다. ◆첼리스트이자 워싱턴의 내셔널ㆍ심포니 상임지휘자인 므스티슬라브ㆍ로스트로포비치는 지난 2월 망명 16년 만에 모국을 방문하여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서 감동적인 연주회를 가졌다. 그러나 1974년 국외추방된 이래 미국 버몬트주의 삼림지대에 은둔하고 있는 솔제니친은 고르바초프의 화해제스처에 등을 돌리고 있다. ◆소련서 금서로 묶였던 <암병동> <수용소군도> 등 그의 작품이 해금되고 망명 이후 집필한 소련혁명 비판작품 <붉은 수레바퀴> 의 출판까지도 허용되었을 뿐 아니라 소련 문학계에서 그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도 솔제니친은 소련정부가 그의 귀국문제를 본인과 협의중이라는 관영 타스통신의 최근 보도를 전혀 사실무근의 거짓말이라고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망명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언제가는 고향에 돌아갈 날이 올 것』이라며 망향의 염을 감추지 않던 솔제니친은 소련의 완전한 자유화가 아직 절반도 이루어지지 않은 현재의 상황서 화해제스처에 섣불리 응하는 것은 함정에 빠지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거부의 자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로스트로포비치의 화답과 솔제니친의 외면…,과연 누가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일까는 오직 역사만이 정답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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