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당국의 극형주의 폐단을 경계한다왜 「범죄와의 전쟁선언」이 불가피했는가에 대한 정부의 기본인식에 균형이 깨져 있다는 우리의 우려는 결국 정부의 균형잃은 후속조치로 이어진다.
단기간내에 가시화적인 충격효과를 노린 법무부ㆍ내무부 등 관련부처는 「범죄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마련한 후속조치에서 극형ㆍ엄벌주의로 기울어진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 3공 5공시절 권위주의 정권아래서 겪어본 경험측에 의하면 엄벌주의가 단기간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인권유린,정치적 남용 등 부작용이 더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마음이 급할수록 사람은 먼길을 돌아가는 여유와 현명함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새삼스러운 순간이다.
경찰의 임의동행 거부 고지의무 폐지ㆍ현행 3시간의 유치기간을 24시간 이내로 연장하려는 것과 함께 경찰관의 직권남용처벌규정 삭제 등을 골자로 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은 따지고 보면 강력범의 검거와는 크게 상관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그것은 시국치안사건과 관계가 깊다는 반론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규정들은 경찰의 직권남용에 따른 인권유린을 방지키위해 오랜 논란끝에 지난 88년말에 겨우 삽입시킨 경찰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조항임을 왜 벌써 잊었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법무부가 마련한 「흉악범의 가중처벌과 절차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경우 지나친 엄벌은 오히려 반항심과 증오심을 증폭시켜 범죄자를 더욱 흉포화시킬 소지가 있는 부정적 측면이 있는데다가 사법부의 고유권한 침해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초중구금 교도소신설 구상도 육체훈련 등을 통해 재범방지의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나 「삼청교육」처럼 운영이 잘못될 경우 더욱 큰 정치ㆍ사회문제를 자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당국의 형편이 코앞에서 발호하고 있는 범죄현실을 놓고 이상에 치우친 장기정책을 내놓을 입장이 아님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극형주의가 잠시 동안의 효과가 있을 뿐임을 특가법 등 엄벌위주의 과거정책에서 배운 바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전철을 그대로 밟아 가려는 것은 책임있는 자체가 결코 아닐 것이다. 예컨대 가정파괴범은 김치열 검창총장 시절부터 극형 대상이었으나 발본이 된 게 아니라 더 확산되고 있으니,그렇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민생치안이 뿌리째 흔들리고 공권력이 무기력해진 오늘의 현실이 꼭 현행법이 무르기 때문에 야기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검찰과 경찰의 사기를 높이고 충분한 수사비,기동력,수사요원의 승진보장 등 수사여건을 대폭강화하고 문자 그대로의 과학적인 수사체제를 마련해주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오늘날의 이같은 범죄의 아노미현상이 실정때문에 비롯된 점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민심을 수습하고,시민의 광범위한 협조로 범죄를 사전에 대폭 막아내는 예방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범죄자와 사회는 물고기와 물의 사이와 같다. 극형주의 일변도 정책에 앞서 때는 다소 늦었을지라도 우리는 물의 역할을 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를 얻어내는 일에 대해 연구해야 할 때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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