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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상 받을 만한 정치역량(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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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상 받을 만한 정치역량(사설)

입력
1990.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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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미하일ㆍ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선정된 데 대하여 전세계가 대체로 환영과 축하의 뜻을 밝히고 있을 뿐 아니라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새로운 국제정치 질서를 정립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1985년 3월 소련 공산당서기장에 취임한 이래 신사고를 바탕으로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제창하면서 대외적으로는 군비축소와 평화공존,대내적으로는 경제재건과 민생안정을 추구해온 고르바초프는 동서독이 분단 45년 만에 베를린 장벽을 헐어내고 역사적인 통일을 이루게했고 동구제국이 새로운 정치체제하에 자주성을 찾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으며 핵무기 개발경쟁의 조정을 통해 동서냉전 상황을 종식시키고 지난 수년간 국제정치 질서를 평화공존의 방향으로 개편시킨 주역이었다.

국내적으로는 경선제도와 시장경제의 도입으로 볼셰비키혁명 70년 만에 소련의 정치ㆍ경제ㆍ사회 체제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이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고르바초프의 노벨평화상 수상결정은 당연하고 적절하다고 하겠다.

역사적인 한소 수교로 정치ㆍ경제ㆍ학술ㆍ문화ㆍ체육 등 각 분야에서 소련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여야 하는 우리로서는 고르바초프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지켜보는 감회가 남다르기만 하다.

한민족이 냉전상황의 부산물인 분단의 비극을 마지막까지 겪고있는 유일한 민족이고 한반도가 동서간 군사대치의 마지막 장소로 남아 있는 만큼 분단극복과 한반도의 평화정착 노력에 있어서 고르바초프와 소련정부의 역할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정책성과가 세계평화 실현에 기여했다고 인정되어 노벨평화상을 수여했으나 수상이후에 추구한 정책방향과 성과가 때로는 평화파괴의 전쟁도발로 빗나간 경우가 과거에 왕왕 있었다.

이번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고르바초프도 그와같은 위험부담을 지니고 있으니 발트해연안 3국 등 연방내 각 공화국의 분리독립 문제,소수민족들의 자치요구,경제재건을 통한 민생문제 해결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르바초프의 평가는 최종적인 것이 못된다. 레닌은 러시아혁명 이래 위대한 정치가로 평가받아 왔으나 「소련제국」의 붕괴로 하루아침에 평가가 상반되는 입장이 됐다.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의 실패로 잘못된 평화상 수상자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할 것이다.

1965년의 숄로호프는 예외였으나 1958년의 파스테르나크,1970년의 솔제니친(이상 문학상),1975년의 사하로프(평화상) 등 이제까지 노벨상은 소련의 반체제운동가에게 주로 수여돼 노벨상과 소련의 관계가 다소 불편했으나 이번 고르바초프의 수상으로 노벨상과 소련의 불편한 관계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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