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수렴 정책결정ㆍ야 탄압 중지”등 포부/이광요 아들 부총리설에 「걸림돌」 우려도이광요의 싱가포르는 과연 오작동의 싱가포르가 될 것인가.
싱가포르의 국영방송은 지난 15일 싱가포르 정부내 서열 제2위인 오작동(49) 제1부총리겸 국방장관이 오는 11월28일 이광요 현총리의 뒤를 이어 싱가포르 총리에 취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61세가 되던 지난 84년 총리직 사임을 첫 시사한 이래 번의에 번의를 거듭한 이광요 총리이지만 이번의 사임보도는 전후사정을 종합해 볼때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2인자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오부총리가 지난 6월 자신이 정권이양을 받게될 것이라고 직접 밝힌 바 있고 이총리도 지난 88년 총선직후 새 내각이 자리잡을 2년후에는 「결단코」 사임할 것이라고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오작동은 자신의 권력승계가 확실시 되면서부터 59년이래 싱가포르와 동일시 되다시피한 이광요 총리와는 다른 정치적 컬러를 갖고 있음을 은연중 강조했다. 오부총리는 자신이 정권을 인수하더라도 정책의 계속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가능한한 많은 인사를 정치에 참여시켜 전국민적 합의에 근거한 개방된 정부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던 것.
이는 「선의의 독재자」에 의한 일당독재원칙을 철저히 고수,야당 및 반정부인사에 대한 인권유린적 탄압도 서슴지 않았던 이광요체제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신의 통치이념을 「위대한 소국」이라고 밝힌 오부총리는 합의체 형식으로 정부는 운영해 나가겠으며 정부가 국민적 견해를 단순히 듣는 것보다는 정부의 정책결정에서 국민의 폭넓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작동의 이러한 야심에찬 포부에도 불구하고 그가 명실상부한 싱가포르의 총리가 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사임할 이총리가 내각에서 주요 각료직을 계속해서 맡고 아버지 못지않은 천재로 알려진 이총리의 장남 이현룡 상공장관(38)이 부총리직에 임명될 것이라는 보도는 오가 단지 과도적 지도자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오부총리에게 최대의 정치적 위협은 수렴청정을 하려들 「늙은 용」 이광요 보다는 「새끼 용」 이현용이다. 이현용은 그의 타고난 능력과 부친의 후광에 힘입어 약관 31세에 싱가포르 군부대 제2인자의 위치에까지 올랐던 인물. 84년 준장예편 뒤 정계에 투신,초선의원으로 단번에 국방담당 국무장관에 임명됐으며 상공장관을 역임하는등 정부내 요직중 요직만을 거쳤다.
이광요 총리가 총리사임과 관련,번의를 거듭한 것도 아들의 정치적 기반이 탄탄해지기를 기다렸던 때문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장개석장경국으로 이어지는 대만의 「장씨왕조」에서 엄가감이라는 과도적 인물이 필요했듯이 오작동도 자신의 야심과는 달리 싱가포르 「이씨왕조」의 징검다리역에 머무를 공산이 큰 것이다.
오작동은 41년생으로 국립 싱가포르대학을 거쳐 미국 윌리엄스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64년 관계에 입문한 그는 76년 싱가포르 집권당인 인민행동당(PAP)에 입당,국회의원이 됐으며 초선의원으로서 일약 재정담당 국무장관에 임명돼 화려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79년 상공장관,81년 PAP 조직부장을 거쳤으며 84년에 제1부총리에 임명되면서부터 이광요 총리의 후계자로 지목돼 왔다.<유동희기자>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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