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0.10.16 00:00
0 0

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23일 미국의 작곡가 겸 지휘자였던 레너드·번스타인은 당시 서독측의 초청을 받아 그해 11월에 서독과 동독을 가로막던 경계선이 철폐된 것을 기념하여 서베를린에 가서 베를린 교향악단을 지휘,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을 연주했다. 이것이 그의 생애 마지막 지휘였다. 그는 14일 뉴욕 맨해턴의 자택에서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번스타인을 초청했던 독일 바바리아방송국 음악지휘자 유스투스·프란츠는 연주곡목으로 베토벤의 9번을 택한 것은 그 곡의 합창부분이 18세기 독일 시인 실러가 쓴 세계인의 형제애를 기원하는 시 「환희에 붙여」(안 디 프로이데)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번스타인은 마지막으로 세계인의 우애에 대한 희망을 베를린에 안겨주고 홀로 떠난 것이다.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을 졸업,1943년 11월14일 25세 나이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등장하면서 미국 음악계는 새로운 신화를 갖게 됐다고 사람들은 평했다. 58년부터 69년까지 뉴욕 필을 지휘했고 그 후에도 인연을 이어온 그는 「미국음악의 자존심」으로 자리해왔다. ◆유명해진 뒤에 이민한 사람과 달리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거기서 자랐고 영화음악 「워터프런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도 작곡하며 미국인다운 미국인으로 대성했다. 그가 지난주 9일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를 발표하자 멀리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클라이브·길린슨 감독은 「레니의 은퇴를 우리는 슬퍼한다」고 애석해했다. ◆노년에 들어 건강이 나빠졌지만 그는 작년말 베를린 연주에 나섰을 때 연습을 끝내고 이렇게 말했다. 『난 「노」라고 말할 수가 없었어』­베를린장벽이 붕괴되던 시기에 건강의 악화로 휴식이 절실했던 그가 연주를 거절할 수 없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은 느낌이다. 베를린에서의 「합창」은 훗날 세계의 합창을 상징할지도 모른다. 그의 마지막 지휘가 금세기 격동의 뜻을 담았다고 여기면서 그의 명복을 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