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마쓰시타 일렉트릭사가 최근 미국의 대표적 영화ㆍ레코드사인 MCA 인수교섭을 벌이고 있어 미국인들에게 민감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지난 88년과 89년 소니사가 CBS레코드와 콜럼비아 영화사를 각각 20억달러와 34억달러에 사들여 일본 대기업의 미국문화 잠식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는데 마쓰시타의 MCA 인수가격은 그 2배가 넘는 70억∼87억달러선으로 제시되고 있어 여러면에서 충격이 더하다.
일본 전자업체의 이와 같은 미국 문화사업 진출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한 이점을 얻으려는 계산과 경쟁사의 거대화에 따른 자사시장 잠식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대응이란 측면도 있다.
마쓰시타는 파나소닉,JVC,파이어니어,카사르 등의 상표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전자업체로 규모면에서 소니의 2배에 달한다.
그러나 마쓰시타는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다. 70년대의 성장률이 20%였던 데 반해 80년대는 불과 10%의 성장을 기록했다. 게다가 경쟁사인 소니의 미국 연예사업 진출은 마쓰시타에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마쓰시타는 이러한 위기와 도전을 경쟁사의 방식을 따름으로써 극복하기로 결정한 것.
합병의 필요성은 MCA측에서도 느끼고 있다.
MCA는 「ET」 「백투더퓨처」 등으로 유명한 유니버설 영화사와 MCA 레코드사를 가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유니버설 영화사의 스튜디오들은 디즈닐랜드 다음으로 인기있는 관광코스이다. 그러나 최근 MCA는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급성장을 보여오던 시네플렉스 오디온극장은 올 1ㆍ4분기에 1천2백만달러의 적자를 보았고 지난 6월 플로리다에 개장한 6억4천만달러 규모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오락공원은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루ㆍ와서먼(77) MCA회장은 『MCA의 가장 큰 전략적 실패는 폭스사나 타임 워너사 같은 거대 영화사와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합병상대를 찾지 못한 것』 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마쓰시타의 MCA 인수가 성공을 보장해 줄지는 의문이다. 동경의 금융전문가들은 성공확률을 50대 50으로 본다.
우선 소니의 세계적이고 혁신적인 풍토와는 달리 마쓰시타의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할리우드 문화와 잘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소니가 CBS레코드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것과는 달리 마쓰시타는 미국 연예사업에 문외한이라는 것.
또 대규모 기업합병의 전례가 그렇게 성공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점이다.
한편 미국인들의 일본 투자가들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장애요인의 하나로 마쓰시타측은 이 점을 의식,「인수」라는 표현 보다는 덜 공격적인 「합병」이란 말을 쓰려고 애쓰는 흔적이 역력하다.<김상철기자>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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