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금융계 “재테크 스캔들”/지점장 투기 불법융자에 인책/사임쇼크로 부동산 거래 격감/일부사 부도설 경제전반 충격일본 금융계의 거물인 주우은행의 이소다ㆍ이치로(기전일랑) 회장이 최근 불법융자 사건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하면서 세계적인 금융 왕국인 일본의 금융계가 발칵 뒤집혔다.
경단연 부회장인 기전회장은 지난 13년간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면서 주우은행을 「수익률 넘버원」으로 끌어올린 금융계 최대 거물이고 그를 사임으로까지 몰아 넣었던 배경이 일본 금융계의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
즉 사건의 표면적인 이유는 이 은행의 한 지점장이 불법으로 융자중개를 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부동산과 주식 등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대한 무절제한 융자 경쟁에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우를 비롯, 어느 은행할 것 없이 부동산ㆍ주식 등 재테크 분야에 집중적으로 융자해 주고 극대이윤을 올려 온데다 이같은 은행경영기법의 1인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기전회장이 직접 책임론을 들고 나와 충격의 여파는 금융계 뿐만 아니라 부동산업계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은행이 바로 투기 주범이라는 여론이 새삼스럽게 일고 있고 정부 역시 「융자확대→지가ㆍ주가 광란→은행 수입 증대」라는 순환고리에 대해 메스를 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전회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자청,출자법 위반 혐의로 지점장이 동경지점에 구속된 사건에 대해 『비록 개인적인 범죄일지라도 은행의 공적인 사명에 위배되는 만큼 최고경영자가 마땅히 책임을 져야한다』며 사퇴했다.
이번 사퇴는 기전회장이 은행의 신용도를 실추시킨 책임을 통감하고 내린 「용단」이라며 일본인의 도덕성을 높이 평가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인 여론의 방향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주우 내부에서는 신상필벌주의를 고집하던 그가 자기 꾀에 빠졌다는 냉소적인 말이 공공연히 오갈 정도.
주우에서 기전회장의 위치는 확고부동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73년 부행장으로 취임한 이래 74년 동양공업(현 마쓰다)의 재건,77년 이등충상사와 안택산업의 합병에서 눈부신 능력을 발휘,최고의 은행가로의 위치를 굳혔다.
또한 83년에는 회장으로 승진,인사와 경영을 철저히 장악해 버렸다.
특히 86년에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평화상호신용금고를 합병했고 지난 3월에는 3천5억백엔의 경상이익을 올려 최고 수익률을 자랑하는 은행으로 급부상했다.
재테크에 자신감을 얻은 기전회장은 부하직원들에게 수익률 제일주의를 불도저식으로 강요했다.
일본의 전통적인 인사관리인 연공서열 보다는 영업실적에 의한 철저한 인사고과를 단행,비난과 찬사를 함께 받았다.
지난 87년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한 은행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것도 그의 이러한 경영방침의 한 단면.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부동산 자금융자에 가장 적극적인 주우가 회장 사임을 계기로 대출을 규제하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기전회장은 이와 관련,자신의 사임과 부동산 융자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최근 부동산자금 과대 투ㆍ융자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등만에 대해서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함께 사퇴를 선언한 은행장을 유임토록 한 것 역시 기존의 영업방침을 고수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회장 사임ㆍ은행장 유임 구도는 구속사건으로 인한 충격을 조기 진화하는 한편 막후에서 차기 인사권을 장악하면서 주우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에 여진이 미치지 못하도록 예방조치한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임쇼크로 부동산 거래가 격감하기도 해 중간 규모의 부동산 회사들이 극심한 자금압박을 받아 부도가 날지 모른다는 루머가 계속 나돌고 있으며 대장성과 일본은행은 시중은행에 과잉융자 경쟁을 자제해 줄 것을 지시하는 한편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총량규제」를 강화할 것도 검토중이다.
지난 6월 일본 국토청이 발표한 토지백서에 의하면 동경뿐만 아니라 대판등 지방까지 땅값이 폭등하는 데는 금융기관의 무절제한 투ㆍ융자가 주범이라고 분석했듯이 「땅투기에는 막차가 없다」는 식의 토지신화가 깨지기 전에는 주우등 시중은행의 극대이윤론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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